괴산(槐山) 주월산(舟越山; 507m), 박달산(朴達山;825m)을 걸으며 산명(山名)을 생각하다
(2016. 3. 13. 일. 분당; 흐림, 주월산. 박달산; 흐리고 쌀쌀한 느낌)
괴산(槐山)하면 충청도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다. 수안보 온천 때문에 많이 알려지긴 하였지만 온통 산으로 둘러 쌓여 있다. 그런데 괴자가 느티나무 괴(槐)다. 이 지역에 느티나무가 많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선시대 때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선비들은 추풍령을 넘거나 문경새재 인 조령을 넘어 한양으로 가서 과거를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추풍령을 넘었던 과거응시생들은 말 그대로 추풍낙엽처럼 낙방했고, 길이 험하고 먼 조령을 넘어 괴산의 느티나무 잎를 밟고 응시한 수험생들은 장원급제까지 하였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과거응시생들은 조령을 넘었으며, 현재까지 느티나무 잎 밟기라는 괴답(槐踏)놀이가 이어지고 있다.
괴산군 자체에서 선정한 명산 35개에 포함되어 있는 주월산(舟越山; 507m)과 박달산(朴達山;825m)을 연계하여 오늘 산행하려 한다.
주월산(舟越山)은 ‘배 넘이’라는 뜻으로 옛날 대홍수 때 배가 넘었던 곳이라고 해서 배 주(舟)자, 넘을 월(越)자로 사용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고, 박달산(朴達山)은 천지가 개벽할 때 이 일대가 모두 물에 잠겼는데 박달산 꼭대기만 바가지 엎어 놓은 만큼 잠기지 않고 남았다고 해서 박달산이라는 산명(山名)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달산(朴達山)의 ‘박달(朴達)은 배달민족의 배달과 같은 의미로서 백두산, 태백산, 소백산 등에서, ‘백’의 개념과 비슷한 크다, 밝다, 높다, 진실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박(朴)과 통달 하다는 의미의 달(達)이 함께해서 밝은 산, 큰 산이란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이산에 오르면 세상사에 통달하게 되거나 세상 이치에 통달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수많은 산을 올랐던 분당반딧불이산악회는 898번째에서야 주월산과 박달산에 올라 두산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자 한다.
3월도 중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이른 아침에는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차창 밖은 안개가 자욱하고 뿌옇게 보여 스산한 느낌이 든다. 충주휴게소에 잠시 들른 후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방곡삼거리를 지나 우회전 하여 주월령으로 향하는 초입에서 정차한다.(09;10분) 오늘의 산행코스는 방곡삼거리 ~ 주월산 1.2km/0;40분 ~ 느릅재 1.6km/0;50분 ~ 박달산 3.2km/1;20분 ~ 방곡마을회관 3.2km/1;10분으로 산행시간 약 9;0km/4;0 시간 소요예정이다.
초입부터 오르막이다. 비탈길을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오른다. 오르는 모습들이 매우 정겹게 보인다. 매번 산을 오를 때 처음이 힘들다.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게 호흡조절을 하면서 잘들 오르고 있다. 조금 오르니 전망바위다. 방곡저수지와 방곡리 마을들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능선 길에는 소나무들이 아름답게 잘 자라고 있다. 소나무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면서 조금 오르니 주월산 정상이다. 회원들 개개인은 정상에 서서 이곳에 왔다는 자신만의 다양한 포즈로 증표를 남긴다.
누군가가 정성 드려 쌓은 돌탑 앞에 작은 정상석이 있어 이곳이 주월산 정상인줄 알게 한다. 주월산 정상 주변은 바위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어 아름답다. 또한 산 형상이 마치 절구의 확돌처럼 보인다 하여 산 아랫마을을 화학골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월산 정상에서 매바위로 향하는 능선에는 울퉁불퉁하거나 삐죽삐죽한 형태의 바위들 사이에 소나무들이 기이하게 자라는 형상은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하게 한다. 바로 아래는 느릅재를 가로지른 16번 국도가 지나가고 맞은 편에는 3개봉우리로 된 박달산(825m)의 웅장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바위 틈에 겨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면서 생명의 귀중함을 새삼 느낀다.
매 바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월악산과 군자산을 조망한다.
왜? 옛 선인들은 주월산을 배가 넘나는 들었던 산이란 명칭을 붙였는지 알 수가 없다.
예전에 전해오는 전설을 생각하며 느릅재로 향한다. 느릅재는 해발 397m에 해당하는 고개로서 16번 국도가 통과하고 있다. 이곳에 느릅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느릅재에서 박달산(825m)까지는 약430m를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가파른 비탈길을 올라야 한다. 일부 회원들은 임도 따라 간다. 비록 힘은 들지만 오르막을 향해 오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낙엽송 숲을 따라 위로 오르니 간혹 자작나무들이 하얀 살결을 내비치며 나의 자태를 봐달라고 유혹한다. 그래하며 자작나무에게 눈길을 돌리자 적송이 얼굴을 붉히며 붉고 탄력 있는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괜히 나무들의 시샘에 눈길을 둘 곳 없어 땅만 쳐다보고 가는데 묘들이 많이 보인다. 산 능선 따라 난 묘지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는지 거의 묵은 묘나 다름없다. 풍수경전에 산의 기운이 흐르는 능선에 묘를 쓰면 3대내에 향불이 꺼진다 즉 망한다고 하였는데~~~
오늘은 산행지가 가깝고 산행거리도 짧아서 점심을 지참하지 말라고 했는데 일부 회원들은 모르고 도시락을 싸온 덕에 등산로 벤치에 앉아 여유로운 점심을 즐기고 있다.
위로 위로 오르다 주능선봉우리에서 앞서간 일행들과 만나 간식으로 각자 싸온 빵과 과일 등을 함께 나누어 먹은 후 다시 오른다. 바위 능선 길을 걸으며 소나무들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면서 봉수대에 다다른다. 봉수대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고 넓은 공터와 약간의 돌무더기와 이정표와 나무에 달린 이름표가 이곳이 봉수대였다는 것을 알게 한다. 말 그대로 간이 봉수대인 것이다.
봉수(烽燧) 관한 일화를 보면 중국 서주(BC 771년)의 마지막 왕 유왕이 애첩 포사가 웃지 않아 거짓봉화로 웃음을 사다 결국 나라가 망했다는 역사를 보면서, 1395년(조선 태조 3년)부터 ~ 1895년 까지 500년간 봉수제도가 있었는데, 지방에서 연기나 불을 피워 변방의 긴급상황을 중앙에 전달하는 신호체계다.
산봉우리 봉수대에서 올린 봉화숫자로 위급을 알 수가 있었으며 전국의 관아에서 올린 봉수는 서울 남산의 중앙봉수대에서 관장하였다고 한다.
평상시 ~ 1개, 적이 해안이나 국경에 나타나면 ~ 2개, 변경지역에 가까이 오면 ~ 3개, 국경침범 ~ 4개, 국경침범 후 적과 접전 ~ 5개
이곳 박달산에 있는 봉수대는 간이 봉수대로서 방곡리 마을방향으로 돌출된 곳에 위치해 있어 괴산방향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만들어 졌던 것이다.
봉수대를 지나 바위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니 745봉우리(무심봉)인 헬기장이다. 낙엽이 없어서 울창한 참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박달산이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무심봉을 지나 참나무와 소나무 능선길을 오르니 800봉우리가 나오고 바로 지척에 박달산이 보인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앞서간 우리 반디회원들인가 하고 열심히 달려갔더니 이 지역근방에 사는 산객님들이다. 라면에 막걸리를 곁들이며 자신들만의 대화로 왁자지껄하게 서로 정담을 주고 받는다.
박달산과 만남의 증표를 남기고 동골재로 향하는데 하늘에서는 눈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주변은 뿌옇다. 이곳에서 보는 월악산, 군자산, 조령의 웅장한 산세를 제대로 잘 볼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일반적으로 주월산은 바위가 많은 산이라 알려지고 박달산은 흙이 많은 육산으로 알려졌지만, 박달산도 육산이라 하기에는 너무 바위가 많다. 동골재에서 방곡마을회관까지 3.2km의 계곡길이다. 낙엽송이 굵고 울창하다
.
등산로는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것처럼 나무들이 빽빽하고 다래나무 등 덩굴식물들이 얽혀 있어, 쓰러진 나무 사이를 고개 숙여 빠져 나오기도 해야 한다. 계곡의 개울가 옆으로 난 등산로 따라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기분은 상쾌하다. 피톤치드가 막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일반적인 산행지에서 맛 볼 수 없는 산행의 맛을 느끼며 계곡 따라 내려간다. 한참을 가도 계곡은 끝이 없다. 과수원이 보일 쯤에서 산행하며 흘렸던 땀을 깨끗한 계곡물로 씻어낸다. 지난주 지리산 자락의 삼정산의 계곡물보다 훨씬 차다. 얼음물이다.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들듯이 주월산과 박달산을 걸은 육체에 맑은 계곡수로 정화하니 산천정기를 한 몸에 다 받은 듯 날아갈 것 같
다. 과수원들을 지나며 오늘 걸었던 주월산과 박달산의 산 이름에 대해 상념에 젖다 보니 벌써 방곡리마을회관이다. 함께한 44명의 회원들이 마을 정자주변에 빙 둘러 앉아 소나기님이 준비한 육개장과 해송님 내외분이 제공한 홍어회와 갑오징어에 한 잔의 막걸리를 곁들이니 입맛의 즐거움으로 산행의 여운을 배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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