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7 일 분당: 흐림, 밀양:맑음)
산!!!
산이 좋아 산에 오르고자 하는 욕구가 항상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날 아침에 산에 오르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거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침 출근길의 도로도 시계가 좋지 못했다
갑자기 방송에서 헬기 추락사고가 났다고 한다. 안개로 인해 강남아이파크 아파트와 충돌한 사고 소식이었다..
얼마나 안개가 많이 끼었으면 대통령전용기를 조종한 베테랑 조종사가 항로를 이탈하여 아파트와 충돌하였을까 생각하면서 내일 영남알프스를 산행하는데 날씨가 고르지 못하면 그 아름다운 은빛 억새꽃들의 파도 물결을 제대로 보지 못할까하고 걱정이 앞선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영남알프스에 대한 자료와 영상물을 감상하면서 내일 등정하기로 한 산행코스에 어떤 아름다운 자연들이 있을까하고 다시 한 번 보았다.
그런데 너무 기다린 기대감 때문일까?
왠 일인지 꿈속을 헤메다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잘못하였으면 약속시간에 늦을 뻔하였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회원들이 와있었다.
모두들 반가운 표정들이다.
이른 아침인데 모두들 부지런들 하시지......
산이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산에 가는지?
오르면 반드시 내려와야하는 것이 자연의 철리인데 그런데 오르는 과정 과정마다에 자신만이 느끼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이 있기에 힘들었던 순간들을 잊고 오직 기쁘고 자신에게 에너지를 준 그 순간만을 기억하고 또다시 산에 오르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연유인지 산에서 혼자 사는 기인들이 가끔씩 방송에서 볼 수 있다. 이분들의 하는 말은 한결같이 산이 좋아서 처. 자식 모두와 별거하면서 또는 아예 산과 결혼하여 산다고 하니 속세에 때 묻은 범인의 입장에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도 산이 좋아 지금 산에 가고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차창 밖을 보니 날씨 때문에 걱정했던 것이 기우인양 태양이 늦가을답지 않게 차창에 내리쬐니 따뜻함을 느낀다.
분당에서 밀양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요즘같이 고속도로 사정이 좋아진데도 적어도 네다섯 시간은 걸릴 것이다.
우리가 산행하고자 하는 영남알프스는 산악인이나 일반인들에 아주 많이 알려졌지만 그 산악을 품은 밀양의 경우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허준’ 드라마에서 허준이 스승의 시신을 해부하였던 ‘얼음골’이 여름 피서지로 알려졌다.
매번 선거 때마다 영남남부권 신공항문제로 언론에 잠시 언급되었을 뿐이고, 요즘 원전 송전탑 건설반대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좋은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에게서 밀양은 예전에 땅의 이치를 배우고자 몇몇 학인들과 밀양의 찻집에서 연꽃차를 들면서 밤늦게까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며, 또한 산들을 답사하면서 자신들의 견해를 피력한 배움의 터전으로 좋은 측면을 가지고 있다.
밀양의 영남알프스 산행지로 가는 차속에는 아침 일찍 나오느라고 피곤하였는지 모두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는지 고요하기가 절간 같다.
출발한지 4시간이 다되어서 오늘의 산행 시작점인 표충사 입구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길가에 왠? 경찰......
표충사 집단시설지구의 주차장에 도착하고서야 경찰들이 배치된 경위를 알게 되었다. 원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원정팀들이 휴일을 맞아 이곳으로 내려와서......
갑작스런 돌발행동에 대처하기 위해 경찰들을 배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일행들은 표충사 절내 주차장까지 버스로 가지 못하고 걸어서 가야만 했다.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11시10분경인데 예정한 산행에 시간적으로 차질을 빚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표충사로 향하는 경내의 전경은 이 지역이 남쪽지방이라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어 산책코스로는 최적이었다.
표충사입구에서 내원암을 거쳐 쉬엄쉬엄 올라가는데 상당히 오르막이다.
가도 가도 끝없이 이어지는 비탈길.......
평지라곤 보기 힘들게 계속 오르막만 이어진다.
숨소리가 처음보다 자꾸만 거칠어지는 것 같다.
선두 주자는 쉴 기미를 보이지 않고 계속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바짝 뒤따라 힘겨운 한 발짝 한 발짝 띄면서 따라간다.
벌써 오르막을 오른지 1시간 20분이 지났다.
뱃속에서는 에너지가 떨어진다고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뒤 따라 오던 누군가가 물이라도 마시고 가자고 하여, 일단 잠시 휴식하면서 영양분 섭취와 한 컵의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 한 후 계속 진불암 방향으로 올라간다.
전망 좋은 곳에서 올라온 뒤의 산들 전경을 감상하며 진불암 밑의 험악한 바위산을 바라보니 아찔하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위절벽에 바위 꽃이 핀 것이 보인다.
이 바위 꽃이 ‘석이버섯’이다.
진불암은 재약산(載藥山)의 미수봉 바로 밑 작은 공간에 지어진 암자다. 많은 회원들은 진불암에서 점심을 먹었으나, 나를 포함한 4명의 회원만 고사리 마을로 가는 갈림길의 양지바른 곳에서 고갈된 체력을 보강하는 영양제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과 같이 꿀맛이었다.
식사하기가 바쁘게 짐들을 챙겨서 재약산 정상을 향해 올랐다.
아직도 20분을 더 올라가야 재약산(1.119m) 정상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재약산과 천황산사이의 사자평 억새길 약 400만㎡에 피어 있는 억새꽃을 구경하기 위해 정상을 향해 숨을 헐떡이며 오르고 있다.
자연은 우리 인간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꽁짜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댓가를 지불하고서 자연의 참 맛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비경을 보기 위해서는 누구나 가파른 산행을 한 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다.
정상에 다다르자 정상 푯말에서 서로 인증 샷을 하려고 한다.
인증 샷을 마친 등산객들의 얼굴엔 무언가 하나는 해냈다는 자신감이 얼굴에 내비친다.
왜? 실을재(載)에다 약약(藥)을 사용하여 재약산이라 이름을 명명하였는지 자못 궁금하다. 재약산은 표충사 입구의 먼발치에서 보기에도 매우 험악한 바위투성이로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을까?
재약산에는 많은 약초가 난다고 한다. 진시황제가 장생불로초로 찾았던 ‘영지버섯’이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하며, 바위 꽃인 ‘석이버섯’ ‘상황버섯’ 등 각종 약재가 서식하고 있다.
산은 사시사철 먹을 것을 제공하는 마르지 않은 곳간이고, 산은 항상 제 몸 구석구석에 귀한 먹을 것을 품고 있다.
흙과 나무에도 그리고 바위에도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이다.
신라 흥덕왕의 셋째아들이 나병에 걸려 이곳 표충사(신라때 죽림사)에서 영험한 약수와 이 재약산에 자생하는 약초에 의해 완치되었다고 한다.
아마 그 후 이 산을 재약산이라 명명하였으리라 본다.
늦은 가을이고 해발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제법 날씨는 쌀쌀하다. 조금만 있으면 금방 손이 시리다. 약간의 추위와는 아랑 곳 없이 다들 사진 찍기 바쁘다. 사자평에서 억새꽃에 의한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의 물결을 잔뜩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그런 광경을 볼 수 없어서 조금은 아쉬웠다. 억새꽃의 하얀 홀씨는 사라지고 대궁이만 덩그러이 삐죽하게 남아 있었지만 아직도 억새꽃의 품위는 완전히 잃지는 않아서 함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때늦은 억새풀밭을 뒤로 하고 천황산을 향해 오른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 회원들과 잠시 쉬면서 조금은 아쉬운 사자평의 억새꽃들의 얼마 남지 않은 자태를 다시 한 번 가슴속에 담는다.
이 사자평은 묵묵히 이 자리를 지키면서 인간은 수없이 오고가고 하였지만 항상 변함없다.
신라시대에는 화랑도들이 심신을 단련하면서 호연지기를 키웠고, 임진왜란 때 환란의 시기에 사명대사는 승병을 일으켜 조국을 수호하고자 하였던 곳이다.
천황산에 올라 주위에 있는 산들을 휘 둘러 보니, 말 그대로 고산준령들이 천황산을 빙 둘러 감싸고 있다.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은 천황산(1.189m),을 기점으로 우측방향으로 재약산(1.119m), 멀리 바라보이는 영축산1.081m), 바로 옆 신불산(1.159m),과 간월산(1.069m), 그리고 고헌산(1.034m), 가지산(1.241m)과 같은 1.000m이상의 7개의 봉우리들이 연결되어 있어 마치 알프스 같다고 하여 영남알프스라고 한 것이다.
천황산을 뒤로 하고 처음 올라왔던 표충사로 향해 내려가면서 표충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험악한 바위로 형성된 재약산의 기운이 표충사 뒤편에서 험악한 기운이 사라지고 아주 잘 정제된 흙산으로 변형되었고, 진불암쪽과 천황산쪽에서 흐르는 계곡의 물인 금강동천과 재약봉쪽에서 흐르는 계곡의 물인 옥류동천이 표충사 앞 홍제교에서 서로 만난다. 음인 산과 양인 물이 만나 서로 음양교배하는 형국이다.
기는 물을 만나면 멈추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기에는 금방 내려 갈 것 같았는데 한참 내려가도 끝이 없다. 거의 내리막이 4.8km 정도 된다고 이정표에 표시되어있다.
계속 내려가다 보니 아래쪽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이제는 거의 다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높은 산에는 단풍이 다지고 없었지만 계곡에는 아직도 단풍을 즐기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아름답게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바람의 흔들림에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낙엽되어 한잎 두잎 떨어지는 것을 감상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표충사에 다다랐다.
이 절은 신라 진덕여왕 8년(654년) 원효대사에 의해 창건되어 당시 죽림사로 명명되어 오다가 조선 현종때 임진왜란시 많은 공훈을 세운 서산대사. 사명대사. 기허대사를 위해 표충사란 휘호를 하사하였던 것이다.
이 표충사는 풍수지리의 한반도 최초 전래자인 자장율사와 원효대사는 같은 시대의 인물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본다.
5시도 안되었는데 벌써 해가 서산에 기울기 시작한다.
표충사를 뒤로 하고 올라갈 것을 생각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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