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길에서 즐거움을 찾으러 단양 도락산에 오르다
(2013.12.15. 분당: 맑음: -8, 단양: 맑음)
날씨가 춥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더 추운 것 같다.
도로는 빙판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질 것 같다.
야탑에서 07:10분 출발 예정인 버스를 기다리는데 함께 산행하는 일행들의 모습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버스에 타자 자리가 많이 빈 것 같다.
항상 빈 좌석이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산행대장도 안 보인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사연인 즉은 한 회원의 배려로 즐거운 회식을 했는데 그 중에서 육회에 문제가 생겨서 갑작스런 장염으로 인한 설사로 부득불 산행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의 산행지는 충북 단양의 도락산(道樂山)이다.
달리는 버스 차창 밖의 풍경은 온통 하얗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세상은 고요하고 더 하얗게 보인다.
바깥 온도는 영하 8〜9이하로 떨어져 창문에 성애가 낀다.
종이컵에 담은 뜨거운 몰로 유리창을 닦아 내면 얼고 다시 닦기를 반복한다.
부옇게나마 보이지만 나무들에 눈꽃이 활짝 피었다.
너무나 멋진 광경이다.
계속 창밖 경치를 가슴에 담는다.
벌써 버스는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중앙고속도로의 북 단양으로 접어든다.
단양지명은 도교경전으로 전해지는 ‘삼도서’의 ‘연단조양’이란 글귀에서 따온 것으로 신선이 다스리는 아름다운 고장이란 뜻이다.
신선사상은 단양8경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 그 중에서 신선이 놀다간 곳으로 상선암이 대표적이다.
단양8경은 정도전의 어린 시절 벗으로, 퇴계 이황선생의 시심(詩心)을 흔들어 놓은 도담삼봉(島潭三峰)
수십 척에 달하는 돌이 무지개처럼 있는 석문(石門)
깎아지른 듯한 장엄한 바위가 흡사 거북을 닮았다는 구담봉(龜潭峰)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한 옥순봉(玉筍峰)
해금강을 연상케하는 하늘로 쭉 뻗은 기암절벽의 사인암(舍人巖)
계곡이 씻어낸 하얀 바위들에 옛 선인들이 이름 석자 남기고 떠난 중선암(中仙巖)
신선이 놀다간 상선암(上仙巖) 그리고 하선암(下仙巖)이다.
그러나 충주 댐을 건설하면서 도담삼봉. 옥순봉. 구담봉. 석문의 4경이 물에 잠기게 되었다.
이중환의 택리지 단양 편에 의하면 ‘10여리에 이르도록 평야조차 없으나 강과 시내 바위와 골짜기의 승지(勝地)가 있어 세상 사람들이 이담삼석이라 일컫는다’ 라고 하였으며, 이담(二潭)은 도담(島潭)과 구담(龜潭)을 일컫고 삼석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지칭한다.
버스는 국립공원월악산 단양분소의 주차장에 도착한다.
이곳이 월악산 끝머리이며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에 위치한 해발 964m 도락산(道樂山)으로서 우암 송시열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또한 즐거움이 뒤따라야한다’ 라는 뜻으로 산명을 지었다고 한다.
도락산은 보통 악(岳)자가 든 산보다 바위가 더 많고 험악한 산이다. 오히려 산명에 악(岳)자를 붙여야 하는데 붙이지 않는 이유는 단양의 지명이 도교경전에서 유래한데서 송시열이 원인을 찾지 않았나 생각한다.
송시열은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3.000번이나 거명되고 해동18현으로서 문묘에 배향되는 성현으로 한국사에 기록된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가문과 입신양명을 위해서는 나라와 백성은 안중에 없었던 인물로서 자신이 주장하는 논리에 배치될 경우 친구. 제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으면 나이 어린 숙종에게 83세의 나이에 사약을 받고 죽게 되었겠는가?
조선은 송시열의 나라라고도 한다. 송시열의 이념을 계승한 제자들에 의해 조선사회를 200여 년 간 통치하여 왔으나 결국은 가문과 입신양명만 위한 파당 싸움만 하다가 조선은 망하게 된다.
위정자인 송시열이 도락(道樂)산에서 깨닫고자 한 것이 나라와 백성을 위한 것이 아니고 고작 자신을 위한 깨달음이었음에 씁쓸하고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
지금의 현실도 과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라와 국민은 힘들어 하는데 정치인이란 작자들은 자기의 파당 이익만 생각하고 한 치의 양보도 않고 싸우고 있는 광경을 맥없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피눈물이 난다.
그렇지만 도락(道樂)산에서 깨달음을 얻으면서 또한 즐거움을 찾고자 산행을 왔으니.......
아픈 과거의 역사나 현실을 떨쳐버리고 즐겁게 산행해야하지 않겠나?
눈 덮인 겨울 산행에, 특히 바위로 이루어진 산행에 있어서는 안전이 제일이다. 회원들 모두는 아이젠을 착용하고 추운 날씨지만 힘차게 산에 오른다.
처음부터 가파른 비탈이다.
산행 출발지인 상선암 휴게소에서 제봉까지는 가파른 비탈길이다.
눈 덮인 바위는 미끄럽다.
한발 한발 옮기는데 조심스럽다.
좁은 길에다 바위를 잡고 겨우겨우 올라간다.
추운 날씨지만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르면서 주변 경관을 보면 바로 가까이에 높은 산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몸에서 비지땀이 흐른다. 찬바람으로 손끝이 얼얼하게 시리다.
한발 한발 계속 오른다.
어느 덧 810m인 상선상봉(제봉)에 이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인증 샷을 남기고 다시 삼거리안부로 향한다. 바위 능선을 따라 약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간다. 왼쪽 바로 밑은 천애 같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백산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한기를 느끼게 하며, 하얗게 눈 덮인 소백산의 천체관측소가 멀리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니 삼거리안부의 표지판이 나오고 다시 바위들을 잡고 오르기를 한참하고 나서야 964m인 도락(道樂)산 정상에 이르니 벌써 먼저 도착한 회원과 다른 산악회 회원들이 이곳에 왔다는 증표를 남기기 바빴다. 우리도 함께 동참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나 맑다. 비록 눈밭이지만, 정상 바로 밑에서 빙 둘러 앉아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과 맛있는 반찬들을 펼쳐놓는다. 마치 뷔페를 연상시킬 정도로 갖가지 음식들을 준비해 왔다. 산행 올 때 마다 느끼는 현상이지만 점심 식사 때가 가장 즐거운 것 같다.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산행한 동료들과 같은 주제로 담소를 나눌 수 있고 산행으로 시장기가 온몸에 감돌고 있는 상태에서 먹는 식사이기 때문에 그 어떤 진수성찬과 비교할 수 없다고 본다.
식후에 따뜻한 커피 한잔과 과일 디저트를 곁들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아무리 날씨가 맑고 따뜻하다 해도 1000m에 가까운 산인지라 조금만 있으니 손이 시리고 추위가 엄습해 온다. 서둘러 배낭을 챙겨서 하산 길로 접어든다.
정상을 정복했다는 안도감과 점심 식사로 인한 포만감으로 나른해지는 것 같다. 올라 올 때는 정상을 정복해야겠다는 야망으로 앞으로 올라오느냐 정신을 집중하였지만 하산 할 때는 그냥 무작정 내려가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만 가지고 내려가게 된다.
그래서 ‘산에는 올라 갈 때는 힘이 들지만 내려갈 때는 어렵다는 말처럼’ 내려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삼거리안부까지 바위와 철재난간들을 잡고 조심조심 하면서 하산한다. 삼거리안부에서 올라 올 때와 반대 방향인 채운봉(彩雲峰)(864m)으로 향한다. 구름 낀 주변경관이 오색무지개와 같이 아름다워 채운봉이라 불러지지만 오늘은 하얀 눈 덮인 장엄한 산들을 감상하면서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좋은 날씨이다.
채운봉을 지나 검봉으로 향한다. 지금은 등산로마다 보행하기 힘든 곳에 철재난간이나 밧줄 또는 인공구조물을 설치하여 산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예전의 선인들은 이런 바위산들을 어떻게 오르 내릴 수 있었을까 매우 궁금하다.
특히 눈 덮인 겨울산행은 아예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과 도락산의 참의미를 되새기면서 검봉에 이른다.
이곳에서 여러 회원들과 함께 잠시 휴식하던 중 한 회원이 제공한 배와 사과의 맛은 일품이었다.
검봉에서 상선암 주차장까지는 내리막길이긴 하지만 그다지 난이도가 심하지 않게 느껴졌다. 왠지 몸도 가벼운 느낌이 들고 예전에 산악구보를 하던 때의 생각이 떠올라,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계속 뛰었다. 그런데 몸도 마음도 편안하고 가벼웠다. 어느 덧 주차장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이제는 숨을 가다듬고 쉬엄쉬엄 내려오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한다. 펜션 같이 아담하게 지은 건물들이 보인다. 조금 내려가니 먼저 내려온 회원들이 식당에서 여장을 풀고 있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을 거라고 한다.
그렇지만 주차장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짐을 풀고 땀으로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고 주차장 근방에 있는 상선암으로 향한다.
신선이 놀고 갔다는 상선암에는 신선만 왔다 갔다 해서 그런지 인간의 발자취는 보기 힘들었다.
신선도 인간과 같이 절기가 좋은 시기나 오고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눈 덮인 너른 바위와 한기를 느끼게 하는 맑은 물에서는 신선도 추위를 타는지 오고가는 흔적을 볼 수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오늘의 저녁은 한우 소고기를 듬뿍 넣은 떡국과 통영에서 직접 배달해온 석화굴이다. 날씨가 추운 탓에 굴의 신선도는 금방 바다에서 막 채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 맛은 한맨 짭 짜 투맨 다이 아이 돈 노우라는 우스갯소리가 합당할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리고 떡국의 맛은 여태 것 먹어본 떡국 중에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회원들에게 산행 후 별미를 제공하여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단양 도락산에서 깨달음을 얻는데 길을 찾았고 또한 즐거움도 찾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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