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따라 걷는 길

선자령(仙子嶺)에 올라 바람개비 돌리다

미지부동산 2014. 1. 7. 15:59

선자령(仙子嶺)에 올라 바람개비 돌리다

 

(2014.1.5. 분당: 맑음, 대관령: 맑음)

선자령(仙子嶺)의 하얀 눈이 가지마다 수북이 쌓여 축 늘어져 있는 89년2월이라 명시된 책상 옆의 사진을 보면서 그때(25년전)의 산행할 때의 풍경을 추억의 깊은 장롱 속에서 끄집어 올려 본다.

 

영동지방은 한 겨울인 12월이나 1월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2월 후반부터 3월초에 많은 눈이 내린다.

특히 대관령은 겨울철에 영서지방의 내륙에서 불어오는 편서풍과 동해안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이 부딪쳐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

3월초까지 적설량이 1m가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겨울의 스포츠의 백미인 스키를 즐기려 많은 스키 매니아들이 이곳을 찾는다.

세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거운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이 지역주민과 강원도와 대한민국 정부가 갖은 노력을 기우렸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과 같이 눈물겨운 삼수의 노력 끝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더반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라는 단어를 연호하던 순간 대한민국은 감격과 기쁨으로 열광하였다.

 

사람들은 순백의 하얀 눈을 보면 마음의 평정을 찾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픈 마음을 갖게 된다.

눈의 고장인 대관령 선자령!

오늘의 산행지가 그 선자령(仙子嶺)이다.

 

분당의 중앙공원에서 출발하여 야탑의 BYC건물 앞을 경유한 우리의 버스는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에 있는 보현사를 향해 열심히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따뜻한 날씨로 그동안 내렸던 눈들은 다 녹았는지 거의 볼 수 없었으나 눈의 고장인 대관령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

진부쯤 왔을 때는 주변의 산들에 많은 눈이 쌓여 있다.

지난밤에 강원 산간지방에 약 5cm의 정도의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맞았던 모양이다.

 

버스는 대관령을 관통하는 터널들을 수없이 통과하여 강릉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다시 대관령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불구불한 예전의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좌측에 대관령 옛길 박물관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우측으로 강릉김씨 시조인 명주군왕릉이라는 표지석을 따라 계곡으로 올라가게 된다.

 

지난밤 눈으로 주변 경치는 순백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구불구불한 계곡의 길 따라 다시 가다보면 직진 방향은 신라 38대 원성왕에게 왕위를 찬탈당한 비운의 명주군왕 김주원이 영면하고 있는 명주군왕 릉이 있고, 좌측의 조그마한 다리를 지나 올라가면 보현사(普賢寺)가 나오게 된다.

 

보현사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당도 했을 때 갤로퍼승용차가 뒷걸음질하면서 내려오고 있으므로 우리의 버스는 그 자리에 멈춰서 기다린다.

회원 중 누군가가 밤에 운전면허를 땄나, 낮에 운전을 저 정도 밖에 못한다고 빈정거리는 투로 힐난한다.

앞차로 인해 잠시 정차해 있던 우리 버스가 언덕을 향해 거의 다 올라가더니 주춤주춤하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회원들이 35년 경력의 베테랑기사인 오부장에게 브레이크를 꼭 밟으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버스는 맥없이 미끄럼을 타듯이 쭈욱욱~~~ 미끄러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운전기사인 오부장의 얼굴이 새 하얗게 변한다.

좌측은 10m 정도의 계곡의 낭떠러지다. 나는 하차할 준비를 하기위해 안전벨트를 풀고 있었는데 다시 매어야 할지 아니면 떨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손잡이를 꼭 잡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멍한 상태였다. 차는 비탈길의 좁은 도로를 가로 질러 가까스로 멈춰 섰다. 다행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들을 많이 해서인지 아니면 천지신명의 보살핌인지 구사일생 한 것 같다.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오부장의 노련미와 회원들이 우왕좌왕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한 덕분에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차가 겨우 멈춰 섰을 때 모두들 당장이라도 차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 차분하게 내리면서 놀란 가슴들을 쓸어 내렸다.

그런데 여성회원 한 분이 빙판인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충격이 심한 것 같다.

 

여러 회원들이 빙판길에 흙을 뿌리고, 돌로 차바퀴에 괴고, 밀고 하여 우리의 버스를 정상적인 위치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예기치 않았던 돌발변수로 산행은 10시 20분이 되어서 출발하게 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보현사 방향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빙판길에 넘어졌던 회원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더 이상 산행을 할 수 없어 포기하고 내려간다. 당사자 본인은 몸과 마음이 매우 아플 것이다.

 

보현사에 들러 마음속으로나마 많은 회원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한다. 보현사는 월정사의 말사로서 신라시대에 낭원국사가 직접 창건한 절로 규모는 아담하고 조그마한 사찰이나 많은 부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득도한 스님들이 많았던 것 같다.

 

보현사를 뒤로 하고 선자령을 향한 비탈길을 향해 오른다.

오르는 계곡은 지난밤의 눈으로 순백의 색채를 간직하고 있고 나무마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

이 아름다운 광경의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을 향해 올라 갈수록 눈꽃들의 형태가 커지고 있다.

세찬바람과 습기와 추운 날씨로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눈은 꽃으로 변모된다.

영롱한 눈꽃을 통해 하늘을 보면 오색 무지개와 같은 찬란한 빛깔로 보인다.

색채의 마술을 보는 것 같다.

자연을 감상하며 즐기다 보니 산행이 자꾸 늦어지게 된다.

 

부지런히 비탈길을 오르니 앞서간 회원들이 보인다.

다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 덮인 비탈길을 열심히 오르고 있다.

멀리서 휘익~ 휘익~ 하는 바람소리가 들린다.

머리를 위로 향하여 능선 방향을 보니 커다란 바람개비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늘은 봄처럼 따뜻한 날씨지만, 바람세고 무척 추운 선자령인데 바람개비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으니 더 추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숨을 헐떡거리며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반디의 고문인 대선배님께서 엿을 들고 후배들에게 엿 먹으라고 한다. 그 엿 맛은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울릉도 호박엿보다 맛있었다.

선자령 능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현 위치에서 민생고를 해결하자고 한다. 능선에 오르면 바람이 세기 때문에 따뜻한 이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즐긴다.

 

산행할 때마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함께 식사하면서 도란도란 담소하는 것이다. 이 맛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산행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식후 따뜻한 커피 한 잔의 맛은 도심 속에서 값비싼 커피의 맛하고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오늘같이 눈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눈 꽃밭에서 하는 식사는 더욱더 그 맛을 가름하기 어려울 것이다.

식사하자마자 눈꽃과 함께 하고픈 마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포착하여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낮은목에 도착하니 먼저 올라온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행들과 함께 바람개비(풍력발전기)를 소재로 삼아 한 컷 찍는다.

먼저 와서 기다리던 일행들은 선자령 방향으로 가고 남은 세 사람은 곤신봉 방향으로 향한다.

 

곤신봉(1,136m)으로 향하는 내내 세 사람만 가게 되어 한적하고 고즈넉한 상태에서, 외롭게 서 있는 한 그루의 나무는 겨울 풍경의 운치를 더해 주고 있는 것 같으며, 자연과 바람개비와의 조화스러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다.

 

선자령 능선은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몸통에 해당하는 곳으로 양떼들이 뛰노는 광활한 초지지역에 지금은 하얀 눈으로 덮여 온통 은백색으로 펼쳐져 있고 그 위에 49개의 바람개비(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당초 예정은 동해전망대까지 갔다 오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늦게 출발했을 뿐만 아니라 갔다 오다 보면 늦어질 것 같아 곤신봉(1,136m)찍고 선자령을 향한다. 마침 계곡에서 올라오는 안개가 선자령 능선을 넘지 못하고 경계선에서 갔다 왔다를 반복하고 있다. 말 그대로 내륙의 편서풍이 동해의 습기 많은 바닷바람과 부딪치는 장면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알 수 없는 메케한 냄새가 계곡 쪽에서 올라온다.

 

선자령하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매서운 찬바람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봄 날씨 같이 포근한 탓에 찬바람과 조망을 볼 수 없지만 다행히 눈이라도 실컷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낮은목에 가까이 오니 많은 등산객들이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하산하고 있다. 그런데 안개가 너무 껴서 비탈길을 내려가자면 힘들 것이다.

선자령(1.157m)정상에 올라보니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의 사람들로 꽉 차서 이곳에 왔다는 증표사진도 찍을 수 없다. 이곳부터는 등산객들의 발뒤꿈치만 보면서 대관령 휴게소까지 가야 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겨울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다.

많은 등산객이 입은 옷들은 형형색색으로 값비싼 아웃도어 의류들이다. 이러니 세계에서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황금시장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것 같았다. 하산하면서 젊은 여성회원은 눈썰매를 쉼 없이 타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려오던 중 대관령 성황당에서 무슨 굿을 하는지 요란스런 소리가 들린다. 호기심이 생겼으나 참고 하산하여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예전의 대관령휴게소에 다다르니 셀 수 도 없을 정도의 많은 대형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때시간이 오후 3시30분경이다. 하나 둘 세다보니 거의 50여대 이상으로 오늘 선자령을 방문한 등산객은 어림잡아도 2.000여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많은 등산객이 방문하다보니 등산로는 거의 고속도로로 변모해 가는 것 같다. 앞으로 4년 후면 이 지역에서 세계인들이 함께 만나 만남의 장을 열게 되는 2018년 동계올림픽이 이 지역에서 개최하고 나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우리가 타고 갈 버스가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어서 길 건너를 갔다 왔다를 하다가 겨우 찾아 여장을 푼다.

예스관광의 오부장님이 얼마나 아침에 놀랐으면 점심 밥맛이 없어 식사를 못 먹었다고 한다. 그런 오부장님께 황태를 넣은 맛있는 떡국을 끓여 산행하느냐 시장기가 도는 상태에서의 떡국은 일품이었다.

모두들 무사히 산행하게 되어서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