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중추, 태백산(太白山)
(2014.2.9. 일. 분당: 눈, 태백산: 하루 종일 눈발)
태 백 산(太 白 山) !
우리 민족에게 태백산(太白山)은 어떤 의미의 산인가?
민족의 영산(靈山)이며, 신령(神靈)스러운 산으로 매년 개천절 때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내는 산으로, 아니면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산다는 주목(朱木)과 아름다운 눈꽃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산으로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 산행(山行)은 태백산(太白山)이다.
태백산(太白山)은 백두산(2,744m)에서 시작하여 금강산(1,639m), 설악산(1,708m), 오대산(1,563m), 태백산(1,567m), 소백산(1,439m)을 거쳐 지리산(1,915m)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산으로, 그 의미는 ‘크고 밝은 산’이란 뜻이다.
태백산(太白山)은 우리 한민족 대다수가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식수인 ‘물’의 근원지(根源地)이기도 하다.
태백의 검룡수(劍龍水)는 한강의 발원지로 한반도의 중서부와 수도 서울의 젖줄로서, 하루 2,000ton의 지하수를 뿜어내고 있다.
또한 태백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황지(潢池)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로서 ‘낙동강 천삼백리 예서부터 시작되다’라는 말처럼 백두대간의 정기(精氣)를 머금은 여러 갈래의 물길이 땅속으로 숨었다가 솟아올라 황지(潢池)연못을 만든다. 이 물은 다시 구문소를 지나 영남내륙(嶺南內陸)을 관통한 다음 남해(南海)바다까지 이른다.
황지(潢池)연못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있다.
‘옛날 황지연못 자리에는 황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심술 궂고 인색하기로 소문이 났다. 하루는 남루한 옷차림의 노스님이 찾아와서 시주를 부탁하였다. 황부자는 노스님에게 시주할 곡식이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노스님은 가지 않고 계속 염불을 하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난 황부자는 마침 헛간을 치우고 있던 차에 심통이 발동해서 쇠똥을 시주 바랑에 담아 주었다. 그러자 노스님은 태연히 돌아서 가는 것이다. 이때 옆의 방앗간에서 애기를 등에 업고 방아를 찧던 며느리가 달려와서 쇠똥을 쏟아내고 쌀을 시주하면서 시아버지의 잘못에 용서를 빌었다. 그러자 노스님은 며느리에게 ’이 집의 운세는 오늘로 다하였으니 살고 싶으면 나를 따라 오라‘ 하였다. 이에 며느리는 아기를 업은 채로 노스님을 따라 나왔다. 노스님은 며느리에게 어떠한 일이 있어도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도계읍 구사리 산등성이 쯤 왔을 때 갑자기 뒤쪽에서 뇌성벽력이 치면서 천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놀란 며느리는 그만 뒤를 돌아보았는데 그 순간 며느리와 아기 그리고 따라온 강아지가 함께 돌로 변해 버렸다. 이후 황부자가 살던 곳은 물에 잠겨서 가라앉아 버렸고 그 자리에 세 개의 연못이 만들어졌는데 위쪽의 큰 연못은 집터로서 마당 늪이라 하고, 중간은 방앗간 터로 방간 늪이라 부르며, 아래쪽에 있는 작은 연못은 변소자리라 통시 늪이라 한다. 또한 황부자는 이무기로 변해서 연못 속에 살게 되었는데, 일 년에 한두 번씩 물이 누렇게 되는 것은 이무기가 된 황부자가 심술을 부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이 개발되기 전만 해도 연못에 큰 나무기둥이 여러개 있었는데 , 사람들은 그것이 황부자집 대들보와 서까래라고 했다.‘
봄이 온다는 절기인 입춘(2월4일)이 지난 지 몇일 지났는데 온 세상은 하얀 눈으로 덮였다. 특히 강원도 해안 지방은 대설 특보로 거의 몇 일째 많은 눈이 내려 재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산간 오지 마을을 연결하는 도로는 모두 교통이 두절된 상태이며 현재 50~60cm이상의 적설을 보이고 있는데 1m이상의 눈 폭탄을 예상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오늘의 산행지가 태백산이다 보니 괜히 걱정된다.
산행을 위해 집 밖에 나서니 온 천지가 하얗다. 한발자국 움직일 때 마다 뽀드득 뽀드득하는 소리가 들리니 정겹기도 하지만 뿌연 하늘에서는 약한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오늘은 눈꽃 구경하기 좋은 날이라 그런지 많은 회원이 참석한 것 같다.
거의 예정된 시간에 출발한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은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달리는 차량들도 드문드문 보이고,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으로 눈꽃을 피우고 있고 나무에 내려앉은 눈이 무거운지 가지를 축 느려드리고 있는 광경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갈수록 눈발이 강해지는 것 같다.
치악휴게소에 도착한다. 그런데 왠 관광버스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행선지를 보니 모두 태백산행이다. 몇 십대는 넘을 것 같다. 이 많은 차량이 태백산에 도착해 산행한다고 본다면 은빛 세계에 여러 가지 색깔로 수놓은 멋진 풍경화가 될 것이다. 몇일전 태백산의 눈꽃 축제를 찾은 관광객이 무려 46만 명으로 태백시 인구4만6천의 열배로서 일일 태백시 인구가 방문했다고 한다.
휴게소내의 여자화장실 앞의 광경은 구정열차표 구매 행렬과 같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참다못한 여성들이 남성들의 화장실도 점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자들은 깜짝 놀라 어벙벙한 표정들이다.
앞으로 여자화장실의 숫자를 남자보다 3배 이상의 비율로 신축해야 할 것 같다.
눈은 계속 흩날리고 있다.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 정선. 태백으로 향하는 국도는 고속도로나 다름없다. 쉼 없이 달려왔건만 아직도 한참 가야한다고 한다.
산행대장이 정선 카지노를 통과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덧 낮 익은 전경들이 나타난다. 태백시에 접어든 것 같다.
지난 밤 많은 양의 눈으로 도로 곳곳에 차량들이 방치되어 있다.
제설차가 부지런히 움직인다.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현불사(現佛寺)는 태백산 넘어 남쪽 방향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대현리에 소재해 있다.
아직 태백시가 석탄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한석탄공사 사옥들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지방도로를 얼마쯤 지나니 현불사(現佛寺)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현불사(現佛寺) 방향으로 산행하는 팀은 우리 반디가 처음인지 제설작업이 되어 있지 않다. 앞에서 트랙터가 제설작업을 하다가 길을 비켜준다. 좁은 도로를 엉금엉금 가고 있다. 조금은 걱정스럽다, 지난번 선자령 산행 때 보현사 입구에서의 아픈 기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겨우겨우 현불사(現佛寺)에 도착하니 4시간이 소요된 11시15분경이다.
현불사(現佛寺)는
무풍천지 무화개(無風天地 無花開)
무로천지 무결실(無露天地 無結實)
(바람 없는 곳에는 꽃이 피지 않고
이슬 없는 곳에는 열매가 맺지 않는다)
라는 유시처럼 항상 움직이고 변화해야만 만물이 소행할 수 있다는 자연의 오묘한 진리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반디회원들은 백천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세상은 온통 하얗다.
하얀 세상처럼 이 순간 마음도 하얗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오르면서, 계곡의 조약돌 위에 앙증스럽게 소복이 쌓인 둥그스러운 크고 작은 하얀 눈의 전경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들을 감상하면서 계곡따라 위로 오른다.
이 순간들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 사진에 담는다.
얼마를 왔을까? 앞서가던 일행들이 멈춘다.
배꼽시계가 ‘배고파‘ 하고 외치고 있는 모양이다.
모두들 각자 알아서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 후 즐겁게 점심을 먹는다. 하늘에서는 풀풀 눈이 내리고 눈밭에 않아 식후의 따뜻한 한 잔의 커피를 즐기는 낭만을 그 어디에서도 이만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부터 여성의 젖가슴을 닮아서 일명 젖봉이라고 하는 문수봉까지 2.5km의 가파른 급경사다. 아무리 비탈길이라고 해도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이 있어 힘든 것도 잊은 채 열심히 오르고 있다.
눈의 양은 제법 많다. 앞에서 처음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는(일명 : 러셀) 회원들은 무척 힘이 들것 같다. 누군가가 열심히 길을 터준 덕분에 그 뒤 발자국을 따르는 많은 회원들은 쉽게 산을 오르고 있다.
이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눈꽃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무에 붙은 갖가지 형상의 눈꽃 모습들을 사진에 담는다.
어느덧 문수봉 바로 아래 약수터에서 마음속의 갈증을 달래본다.
물맛이 상쾌하다.
조금 더 오르니 문수봉 갈림길이다. 눈꽃을 즐기려는 많은 등산객들을 만난다. 태백산을 잇는 주 등산로는 많은 산행으로 다져져 있어 걷기에는 편하다. 천제단으로 향하는 곳에 많은 반디회원들이 모여 있다.
모두 엿을 먹고 있는 것이다. 엿 맛은 일품이다. 산행시마다 엿을 가져와 심신이 피로할 때 제공하여 주는 반디의 박고문님께 감사드리고 싶다.
엿 먹자마자 태백산의 비경에 빠져들었는지 각자 뿔뿔이 흩어져 천제
단 방향으로 간다. 하늘에서 계속 눈발이 날리고 있어 주변의 빼어난
경관들을 조망할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어느 정도 볼 수 있다는데 만족하고, 구름을 삐 집고 밝은 빛
을 내비치고 싶어하는 해를 보면서 또한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부쇠봉(1,545.5m)으로 향하는 주변의 상고대는 장관이다. 갈수록 자연
은 품속에 감춰둔 비경을 하나 둘씩 보여주는 것 같다.
산의 비경에 빠져 수없이 이 순간들을 사진에 담는다.
지금 이 곳에서 이 순간에 이런 자연의 경관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 앞에서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이 주목과 함께하고픈 생각으로 사진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목과 즐거운 해후를 한 후 흡족한 마음으로 천제단 방향으로 향한
다. 태백산의 정상부근에는 3개의 천제단이 있다. 상단에 있는 장군봉
의 천제단은 하늘을 의미하는 천(天)으로 하늘은 둥글다는 뜻의 원(圓)
과 중단의 천제단은 땅을 의미하는 지(地)로서 땅은 네모나다는 방(方)
과 하단은 사람을 뜻하는 인(人)으로서 뿔각(角)자로 표현한 것으로
하늘과 땅과 조상을 숭배하는 한 민족의 성지인 것이다.
‘삼국사기’에는 139년 신라 7대 일성왕(逸聖王)때 10월 상달을 맞아
임금이 이곳에서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날씨가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추워지기 시작한다. 눈은 그치지 않고 계
속 내리고 있다.
중단인 천제단의 한배검에 서서
‘천지신명이시여!
오늘 여기에
반디산악회 회원들과
이곳을 찾은 사람들
각자
자신의 소원을 기원하니
부디 들어 주소서!‘
두 젊은이가 아무 준비도 없이 이 곳 천제단까지 왔는데 하산할 힘이
없다고 한다. 비상식품을 나누어 주며 산행시 주의점을 알려주고 하산
한다. 조금 내려오니 태백산의 산신령이 되었다는 단종비각이 있다.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비운에 가신 단종을 그리워한
이곳 주민에 의해 섬겨졌던 것이다.
용정(龍井)은 해발 1,470m에 있는 샘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
에서 샘솟고 있어 천제단의 제사 때 반드시 이 용정(龍井)의 물을 사
용 한다고 한다. 태백산 정기가 듬뿍 담겨진 용정수(龍井水)를 한바가
지마시자 금방 원기가 샘솟는 기분이다.
태백산(太白山) 정기(精氣)를 듬뿍 받고 하산지인 당골로 향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아직도 각지에서 모인 각양각색의 산악회나
동호인 모임에서 왔다는 표식을 달고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눈꽃들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즐거워하다 보니 길은 거의 반질반질하다.
부지런히 달려 내려와 많은 반디회원들과 만나 잠시 차 한 잔을 마시
며 오늘의 산행에 대해 얘기한다. 옆에서는 스님이 열심히 목탁을 두
드리며 염불을 외우고 있다.
어느덧 거의 다 내려와 단군성전에 잠깐 들린다.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데 감사드린다.
당골 주차장에 도착해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보니 엄청나게 많다.
산골식당에서 한잔의 막걸리로 오늘 하루의 산행을 결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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