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만복대(萬福臺)에서 복(福)을 받다
(2014 . 2 .16 . 일, 분당 : 맑음, 구례 : 맑음)
산(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지리산(智異山)을 오르고 싶어 한다. 백두산(白頭山)에서 시작한 백두대간(白頭大幹)의 마지막 구간인 지리산(智異山) !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달라진다는 뜻의 지리산(智異山)에서도 한 번 올라 정상을 밟기만 해도 복(福)이 저절로 온다는 만복대(萬福臺)을 오르려고 한다.
기상이변 현상으로 강원도 강릉지역을 위시한 동해안 일대는 기상관측이래로 연이어 10여일 이상 끊임없이 내린 폭설이 거의 2m에 육박하고 있어, 모든 경제뿐 아니라 삶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지난해의 추웠던 겨울에 비해 이와 반대로 이상난동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 채소 값의 폭락 등으로 농민들에게는 우울한 겨울로 기억되고 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시름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우리선수들의 부진한 성적과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의 화려한 부활은 우리의 마음을 더욱더 우울하게 하고 있다. 한국 빙상계의 심각한 파벌주의와 부패에 대한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가 있은 후 연일 방송과 인터넷 상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한창 올림픽 중계가 진행되어야할 TV에서는 다른 방송만 보여주고 있으며 사람들의 관심 또한 멀어져 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우울할 때는 산(山)에 오르면 모든 것을 잊고 다시 기운이 북돋아져진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지리산(智異山) 산행이다. 분당을 출발한 버스는 경부, 천안 ~ 논산, 호남, 완주 ~ 순천, 88고속도로를 지나 구례의 산동면의 지리산 온천지구를 지나 산행들머리인 산수유 마을인 상 위안리에 3시간 30분이 경과한 10시 40분경에 도착한다.
겨울이지만 남쪽지역은 벌써 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산수유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답게 가지마다 물이 올라 꽃망울을 맺고 있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산수유 마을 → 묘봉치(3km/1시간40분) → 만복대(3km/1시간) → 갈림길(700m) → 오강바위 →다듬재(4.5km/1시간20분) → 산수유마을(5km/1시간30분)
산행시간 15.5km/5시간30분 예정인 원점 산행이다.
산수유 마을을 가로 질러 산으로 오른다. 오르는 길 양옆에는 수많은 산수유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으며, 지난해 미처 수확하지 못한 빨간 산수유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묘봉치까지 3km로 짧은 거리인데 1시간 40분 소요예정이라고 하니 산이 가파른 경사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푸근한 날씨와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는 산은 상쾌하다. 가끔 음지에만 잔설이 보일뿐이다. 계곡을 따라 오르지만 따뜻한 기온 탓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위로 오르다보니 더운지 산행하는 회원들은 하나 둘씩 옷을 벗기 시작한다. 덥지만 더 이상 벗을 옷이 없어 못 벗는다.
땀은 계속 난다. 계곡을 따라 2km정도까지는 쉽게 왔지만 이제부터는 급경사다. 산행을 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힘들어 한다. 매주 오르는 산이지만 처음 오를 때는 항상 힘 드는 것 같다.
전망 좋은 곳에 잠시 쉬면서 짐을 줄일 수 있는 것은 꺼내어 함께 나누어 먹으며 즐거움을 갖는다. 이 지역은 비록 산은 높을지라도 남쪽지역이라 따뜻한 기후로 초립대가 잘 자라고 있다. 초립대 숲을 지나 한발 한발 오르다 보니 묘봉치에 이르게 된다. 하얀 눈으로 덮인 묘봉치지만 좌. 우 확 트인 전망으로 지리산(智異山)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곳에서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모두 빙 둘러 자리 잡고 각자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내 맛있는 반찬을 서로 나누어 먹는다.
게다가 막걸리 한잔도 곁들일 수 있었고 식후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지리산(智異山)의 풍광을 감상한다. 바로 눈앞의 펑퍼짐한 시골 아낙의 엉덩이처럼 풍만하고 넉넉해 보이는 만복대(萬福臺)가 다가서 있다.
묘봉치에서 만복대(萬福臺)까지 3km로 약 1시간 예상하지만 금방이라도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다. 만복대(萬福臺)는 겨울철은 아름다운 설경과 가을은 은빛 파도를 일으키는 억새풀로, 봄이면 아름다운 철쭉꽃으로 만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눈도 거의 다 녹은 상태다.
억새풀의 앙상한 대궁이만 덩그러니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산자락 군데군데에 잔설만 있으며, 오르는 등산로는 눈 녹은 물과 얼었던 땅이 녹아 질척질척하여 마치 시베리아의 눈 녹은 후의 광경과 흡사하다.
아무리 상황이 나쁜 등산길이지만 올라온 길을 뒤돌아보면 지리산의 모든 풍광과 주변의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것이다. 이 지역 산을 잘 아는 부부회원께서 멀리 보이는 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우리가 올라온 바로 뒤쪽으로는 삼성재(1,090m)고 그 바로 옆은 노고단(1,507m)이고 바로 맞은편은 반야봉(1,732m)이고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는 천왕봉(1,915m)과 중봉(1,875m)이라고 한다.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인 지리산의 웅장한 산세가 한 눈에 펼쳐진다.
이 산들을 종주하려면 최소한 2박3일은 걸린다고 하니 당일 등산으로는 엄두도 낼 수 없고 구간 구간으로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상을 밟기만 해도 복(福)이 저절로 온다는 만복대(萬福臺)에 올랐으니 2014년도 갑오년은 우리 반디회원들에게 있어서 지리산의 만복대의 효렴으로 현명해지고 복 많이 받는 한해가 될 것 같아 기쁘다.
회원들과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사진에 담고 상념에 젖는다.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기원전 259~ 기원전 209년, 50세로 사망)가 영원토록 살고 싶은 욕망에 심복인 서불에게 3,000명의 동남동녀를 데리고 동쪽의 삼신산에 가서 불로초를 구해 오도록 한다. 삼신산인 봉래산(금강산) .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에 와서 불로초를 구하려고 하였으나 구하지 못하여 서불은 돌아가지 못하고, 진시황제는 50세의 나이에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지리산(방장산)의 만복대에서 발원하는 섬진강의 지류인 서시천(俆市川)은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다녔던 발자취에 의한 지명이라고 한다.
지리산(智異山)은 어머니 품과 같이 포근하여 자식의 허물을 가리지 않고 받아 줄 수 있는 곳이다 보니 고달픈 민초들의 신앙의 중심지로서,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로서, 농민운동에 실패한 동학교도의 피난처로서, 여순반란 사건으로 패주한 좌익세력의 근거지로서, 6.25 전쟁시 북한군 패잔병의 최후의 거점 은거지가 되기도 한 것처럼
역사의 아픔을 다 받아주고 보듬어 주었던 곳이 바로 지리산(智異山)으로서 우리에게는 영원한 어머니 산(山)인 것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한 지리산(智異山)의 만복대(萬福臺)를 떠나려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아쉽지만 다시 한 번 꼭 안아보고 발길을 돌린다.
내려가는 길은 음지의 비탈길이나 눈이 있어 걷기는 편하다. 한 700m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정령치(1,172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휴게소임)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은지 좁은 소로 길이다.
바위와 심한 비탈길로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으면 내려가기 힘들다. 조심조심하면서 얼마쯤 내려가니 앞서 가던 일행들이 멈춰서 있다.
뒤따라오던 여성회원 몇 명이 반대 방향인 정령치(1,172m)로 향했던 것이다. 산행대장이 몇 번씩이나 주의 주었건만 결국 문제가 생기고 만 것이다. 남편회원이 전화를 서로 주고받고 하더니 얼굴 표정이 밝아져 온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멀리 가지 않아서 쉽게 되돌아 올 수 있는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맥 놓고 길 따라 가다보면 누구나 쉽게 반대 방향인 정령치로 갈 수 있다.
작은 초립대로 이어지는 길 따라 얼마쯤 내려가니 바위 하나가 허공에 떠 있는 모양새다. 이 바위가 일명 ‘요강바위’인 것이다.
요강은 몇 십 년 전만 해도 우리 일상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생활용품이었다. 즉 밤에 사람들이 용변을 보기 위한 것으로서 모든 집에서 필수적으로 갖추고 살았다. 옛날 가마 타고 시집오던 새색시들은 가마 속의 요강에서 용변을 보았다고 한다.
요강바위를 뒤로 하고 다름재에서 조금 내려가니 또다시 질척이는 길이다. 질척이는 길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많은 잡목들로 우거지고 둥그런 바위들이 너부러져 있는 계곡이 나타난다.
계곡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기온이 사람의 감정을 편하게 한다.
흐르는 물가에 앉아 발을 담그니 너무나 차다. 온몸이 짜릿하다. 금방 발을 뺀다. 다시 한 번 담과 보지만 역시 너무 차다.
주변에는 수많은 검은 호스들이 무질서하게 설치되어있다. 처음에는 무슨 전선줄인가 하였는데 이 검은 전선은 고로쇠를 채취하기 위하여 설치한 고무호스들이다. 함께한 몇 몇 일행과 차 한 잔 하면서 고로쇠에 대해 담소를 나눈다. 등산로 따라 쭉 설치된 십 여 개 이상으로 보이는 고로쇠 채취용 호스와 함께 하산한다.
계곡 따라 내래가는 하산 길은 맑은 물소리로 인하여 정신이 맑고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 같다. 금강산이나 설악산 계곡에서 맑은 물을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다고들 표현하듯이 이곳 지리산(智異山)의 만복대(萬福臺)에서 산수유 마을로 이어지는 계곡의 맑은 물도 명경지수(明鏡止水)로 표현하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물속에 풍덩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참자 지금 물속에 들어갔다가는 동태가 될 것이다. 여름이면 수많은 등산객의 마음을 유혹할 것이다.
계곡 따라 물 따라 하산하던 중 빽빽하고 쭉쭉 하늘로 올 곱게 뻗은 삼나무 숲이 나온다. 습하고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삼나무는 옹이 하나 없이 똑바로 자라는 잘생긴 나무다.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그동안 줄곧 함께 하산한 고로쇠 채취용 호스는 월계저수지 근처의 큰 프라스틱 통으로 모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공동으로 고로쇠를 채취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월계저수지를 지나 산수유마을로 향하는 길옆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주머니를 하나씩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이것 또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환경론자들이 이 현장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저런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상 위안리 산수유마을에 도착한다. 벌써 버스 주변에는 하산 뒤풀이용 오부장님표 떡국과 한 잔의 술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하고 있다. 황태를 넣은 떡국은 항상 인기다.
바로 옆에서 이 지역 주민들이 고로쇠, 산수유, 밤을 팔고 있다.
한 회원이 산수유 1봉지에 2만원 하면서 시장터를 연상시키게 큰 소리로 외치면서 팔아주고 있다. 그 회원으로 인하여 가지고 온 산수유. 밤. 고로쇠가 동이 났다. 나도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고로쇠 1말(4만원)을 구입한다.
버스가 서 있는 산수유마을 공용주차장은 다락 논을 정리하여 만든 곳으로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고, 입구에는 커다란 산수유 열매 상징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바로 옆에는 최소 1~2백년은 족히 됨직한 산수유나무 고목들이 꽉 차 있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산수유가 전국의 73%를 차지 한다는 것이 실감나게 하고, 중간에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풍경은 남도의 풍경을 물씬 풍기게 하고 있어 봄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상경하는 버스에서 오늘 산행한, 저 멀리 아련히 보이는 지리산(智異山)을 뒤돌아보면서 이규원님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란 글을 마음속에 새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려면,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는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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