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따라 걷는 길

합천 매화산(1,010m)을 오르며 최치원 선생을 생각하다

미지부동산 2014. 6. 17. 17:53

합천 매화산(1,010m)을 오르며 최치원 선생을 생각하다

 

(2014.6.15. 일. 분당;맑음, 매화산;맑음)

매화산(梅花山)!

매화(梅花)란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으로 봄의 전령사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꿋꿋이 지키는 선비를 지칭할 때 매화(梅花)에 비유한다. 이 매화산의 청량사(淸涼寺)에는 한국역사에 크나큰 족적을 남긴 고운(高雲)최치원(崔致遠)선생이 있었다.

 

오늘 우리는 매화산을 오르려고 한다.

평상시와 같이 만남의 장소로 갔으나 항상 환한 웃음으로 맞이하던 반디회원들의 얼굴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여름에는 너무 무덥다 보니 산행하는 회원들이 줄어든다고 한다. 매번 보이던 얼굴들이 보이지 않으니 왠지 낯설어진다. 우리의 버스는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나타난다. 항상 만 차에 가깝던 버스는 27명이란 단조로운 인원으로 널찍하게 앉아 편안한 산행을 위한 여정을 출발한다. 36번국도와 중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향해 가다 잠시 괴산 휴게소에서 몸을 풀고 다시 출발한다. 지금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한창 진행 중이라 새벽에 열리는 경기를 보느냐 많은 회원들이 밤잠을 설친 것 같다.

 

 

지금 차안의 TV에서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간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데 2대1의 스코어로 이탈리아가 이기고 있다. 경기내용을 보니 이탈리아가 이길 것 같다.

버스는 성주 IC를 빠져나와 가야산의 해인사 방향으로 향해간다. 굽이굽이 산기슭을 따라 난 도로 주변에는 많은 고시원들과 여관, 산장들이 눈길을 끈다. 팔만대장경기록문화테마파크를 지나 청량사 입구로 향해 버스는 쉬엄쉬엄 달린다. 멀리서 많은 산행객들이 보인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소리길 따라 걷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청량사 입구로 향하는 비탈길에서, 출발한지 거의 4시간이 소요된 11시경에 우리의 버스는 멈춘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청량사 입구 → 남산제일봉 2.3km/1;20분 → 호텔→ 소리길 입구 3.5km/1;20분

→ 가야산 소리길 6.1km/1;30분 → 청량사 정류장 관광 1;30분으로 산행시간

약 11.9km/5;30분 소요예정

 

 

이곳부터 비탈길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가니 골목길에 보리수 열매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 있다. 먼저 올라간 일부 회원들은 보리수 열매의 맛을 즐기고 있다. 함께 어울러 따먹어 보지만 시금 텁텁하다. 또한 처마 밑에 앉아 있는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긴 담배 대에 담배를 함께 피우는 장면은 요즘에 있어서 매우 이색적이었으며 전형적인 한국의 농촌 풍경을 보는 것 같다. 마을을 지나 위로 올라가니 황산저수지가 나오고 그 위로 조금 올라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다시 조금 올라가니 천년사찰 청량사가 나온다. 이곳에서 반디회원 전원이 거의 일 년 만에 처음으로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사찰 경내를 두루 관람한다.

이 청량사를 풍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물이 앞에서 잘 감싸주고 있는 형국이고 둥그스러운 금성체를 안산으로 하기 때문에 사찰은 항상 부족함이 없이 넉넉함을 유지할 수 있는 사찰로 보인다. 사찰은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으나 높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으며, 3층 석탑과 석등이 있는 곳에서는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지만, 대웅전이 산 바로 밑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정되게 보인다. 특히 대웅전의 석조여래좌상의 잔잔하고 편안한 표정은 이곳을 찾는 불자들에게 많은 불심을 심어 줄 것으로 본다.

 

지리적 위치로 명당길지에 자리 잡고 있는 청량사는 수많은 고승이 이곳에 머물다가 갔으며 특히 해인사가 본사로서 지척에 있어 그곳에 머물던 고승들의 왕래가 잦았을 것으로 본다. 그런 인연으로 신라 말의 고운 최치원 선생 같은 분도 이곳에서 머물면서 수양을 쌓았으리라 본다. 사찰을 세세히 보다보니 아무도 없다. 앞서간 회원들의 발자취를 따라 위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가파른 경사길이다.

 

 

날씨는 덥고 가파른 길이니 너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힘들어 한다. 오르다 쉬면서 갈증을 해소하는 회원들의 숫자가 늘어간다. 한참 오르니 능선이 나온다. 능선에서는 무더운 날씨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나 시원하게 느껴진다.

능선을 따라 걷다보니 매화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 눈에 다가온다.

멀리에는 가야산의 웅장한 모습과 그 밑에는 해인사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앞서가던 한 회원이 항상 산행 시 엿을 가져와서 많은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76세의 고문님에게 엿 좀 먹고 가는 것이 어떠냐고 한다. 덕분에 많은 회원들은 엿을 먹으면서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다시 산을 오르면서 주변을 감상한다.

 

 

왜? 이 산을 매화산(梅花山)이라 하는지 또한 금강산의 축소판이라고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산의 바위들은 태초 날카롭게 뽸족뽸족 하였으나 수많은 영겁의 세월동안 풍화작용으로 잘 다듬어져, 마치 예술가에 의해 아름답게 조각하여, 각 바위들이 놓여 있을 자리를 잘 배치해 놓은 것처럼 되어 있어, 산을 오르는 산객들에게 아름다움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어떤 바위들은 신라의 금관을 연상한다 하여 왕관바위라 하고, 멀리 보이는 바위형태가 보는 사람에 따라 ET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에 있는 동물로서 무리들이 발을 들고 꼿꼿이 서서 망을 보는 ‘미어캣’ 같기도 하다고 한 바위, 거북이 같다고 하여 거북바위 등 수많은 바위 형태들이 제각각 아름다움을 선사하여 주고 있다. 이처럼 바위 형태들이 매화꽃이 피어 있는 형상 같다고 하여 매화산(梅花山)이라 하기도 하고 불가(佛家)에서는 수많은 불상(佛像)같이 보인다고 하여 천불산(千佛山)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산을 오르는 맛은 이 아름다운 대 자연을 마음껏 감상 할 수 있다는 것과 자연의 기(氣)를 듬뿍 담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을 오르지 않는 사람은 이 맛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자연의 풍광에 빠져 있다 보니 배고픈 줄도 잊고 있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누군가가 밥 먹고 갑시다한다. 바위투성이의 능선이라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한데모여 대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점심을 곁들이니 말 그대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거기다가 시원한 냉커피 한 잔하면서 기암괴석들을 감상하는 맛은 그 어디에다 견줄 수 있으리라!!!

 

 

 

다시 바위능선을 오른다. 오르면서 경치가 좋은 곳은 잠깐 쉬면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라고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산객들이 한데 어울러 각자 자신만의 특유의 자세로 카메라에 담는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사진을 찍느냐 정신없다. 나 또한 이 아름

 

 

다운 경치를 마음속과 사진에 담느냐 바쁘다. 철 계단을 오르는가 하면 비좁은 바위틈을 지나기도 하면서 매화산의 주봉인 남산제일봉 1,010m 정상에 올라 정상표지석과 함께 포옹한다. 매화산의 남산제일봉에서 가야산을 바라보니 웅장한 산세를 가진 가야산의 그늘에 가려 세상에 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매화산의 남산제일봉은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의 안산(案山)에 해당하여 최근에 남쪽에 있는 최고 높은 봉우리란 이름이 붙여졌으며, 해인사에서 볼 때 남쪽의 안산(案山)이 불꽃 모양의 화성체(火星體)로 되어 있어 항상 화재(火災)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해인사에 화재가 안 나게 하려면 비보(裨補)차원에서 불꽃형상에 있는 봉우리에 불과 상극인 소금단지를 묻어 화재를 예방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5월단오제 때 5곳에 소금단지를 묻는 행사를 한다고 한다.

 

 

바로 지척에 있는 매화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그동안 훼손이 심해 폐쇄 되어 계곡으로 하산한다. 얼마 하산하지 않았는데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참나무 종류의 활엽수와 간간이 보이는 소나무로 이루어진 숲길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마치 산책로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 호젓한 산중의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시끄러운 음악소리로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어 유감스럽다. 음악소리를 낮추기를 누군가가 말했으나 오히려 적반하장 격으로 빨리 내려가면 되지 않느냐 반문한다. 어처구니없다. 빨리 하산하였으나 계속 따라 오면서 시끄럽게 한다. 남을 배려치 않은 행동에 화가 났으나 참고 내려간다. 계곡의 물가에 앉아 싸가지고 온 수박을 일행 분들과 나눠 먹으면서 마음을 달랜다.

숲길을 따라 오다보니 어느덧 해인관광호텔에 당도한다. 이제는 실질적인 산행은 끝나는 지점이다. 조금 아래로 내려오니 수많은 상가들이 밀집되어 있다. 시원한 동동주 한잔 하고 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고 홍류동 계곡을 따라 조성한 소리길로 접어든다.

소리길이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면서 6.1km의 가야산 홍류동 계곡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홍류동 계곡은 가을의 단풍이 너무 붉어서 계곡의 물이 붉게 보인다하여 홍류동(紅流洞)이라 불렀고, 여름에는 금강산의 옥류천을 닮았다 해서 옥류동(玉流洞)이라 불리 운다.

 

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면서 내려오는 길은 걷기에 좋았다. 합천군이 자연을 이용하여 산책로를 개설하여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 많은 회원들이 길상암(吉祥庵) 입구에서 쉬고 있는데 71세의 여성회원 한 분이 암자를 향해 바위계단을 오르고 있다. 거의 직벽에 가까운 암자로 향하자니 별로 볼 것은 없는데 하는 마음으로 다들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 뒤이어 남편이신 76세 고문님께서 따라 오르신다. 몇몇만 함께 따라 오른다. 길상암자까지는 그런대로 올라갔으나 적멸보궁으로 오르는 길은 더 가파른 직벽이다. 적멸보궁까지 20~30분 더 오르고 나니 보궁이 나오나 적멸보궁은 아니고 불상이 있는 단순한 암자인 것이다.

그런데 계곡의 거의 직벽에 가까운 지형이나 계곡은 아니고 바위능선 끝자락에 암자가 건축되었다. 자연을 잘 이용한 건축형태라고 볼 수 있다.

 

오르기는 힘들었으나 내려가기는 어렵지만 빠르게 하산한다. 시간이 지체되어 하산 길은 빠른 걸음으로 재촉한다.

 

아무리 늦어져도 계곡의 물소리와 바람소리와 새소리는 듣고 가야 하지 않겠냐!!!

소리길을 따라 하산 하는 길은 계곡의 경관이 빼어난 곳에 가야산 홍류동 19경관이라 지칭하여 옛 선인들이 이곳에서 머물면서 풍류를 즐겼던 시(詩)와 자신들의 이름을 바위에 새겨 놓았다. 그중에서도 시대를 잘못 태어나 한스런 삶을 살다간 고운최치원둔세지(孤雲崔致遠遯世地)란 표지석을 보면서 마음 한 켠에는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12세에 당나라에 유학하여 18세에 공빈과에 장원급제하여 28세까지 당나라에서 고급관리까지 되었으나 이방인이란 점과 고국의 고향산천과 부모형제를 보고픈 마음에 고국인 신라에 돌아왔으나 신라의 신분제

도인 6두품의 한계에 발목 잡혀 자신의 꿈 많은 이상을 현실정치에 접목시킬 수 없는 한을 가슴에 담고 가야산에 묻혀 여생을 보내야 하는 그 심정을 무어라 표현 할 수 있겠는가?

 

秋夜雨中(추야우중)~비 내리는 가을밤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가을바람에 쓸쓸히 시를 읊거늘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온 세상에 내 마음 알아주는 이 드므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창 밖에는 깊은 밤비 내리고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등잔불에 만고의 마음 비치네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의 시와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가야산 국립공원 소리길 입구의 매표소를 지나게 된다. 조금 더 내려오니 먼저 내려온 반디회원들이 시원한 막걸리에 미나리전과 함께 즐기고 있다. 합류하여 미나리 전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들이 키니 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 인심 좋은 여주인의 배려로 사워까지 하니 날아갈듯 시원하다.

기다리는 버스에서는 산행하고 온 반디회원들을 위해 시원한 수박을 준비하여 더위를 잊게 하여 주니 시원함이 배가 되는 것 같다.

 

오늘의 산행은 비록 더웠지만 그리 길지 않은 산행으로서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매화산의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봉우리들의 아기자기한 맛을 느낄 수 있었고 홍류동 계곡 따라 형성된 소리길은 호젓한 산책로서 천천히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면 그 맛은 한층 더했을 것이라 생각되어 아쉬웠지만 좋았다고 할 수 있는 산행으로서 기분 좋은 하루를 즐겼던 것 같다.

기쁜 마음과 자연의 기를 듬뿍 담아 집으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