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따라 걷는 길

설악산(대승폭포~12선녀탕)

미지부동산 2014. 7. 16. 15:28

설악산(대승폭포~12선녀탕)

 

(2014.7.13. 분당; 오전 안개 낌, 설악산; 맑음)

 

선녀(仙女)!

선경(仙境)즉, 천상(天上)에 사는 여자 신선(神仙)으로 대한민국 산천의 계곡에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탕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우리의 옛 이야기 중에는 천상(天上)에 산다는 선녀(仙女) 이야기가 아주 많다.

하늘나라(天上)에 있는 옥황상제(玉皇上帝)는 딸을 많이 낳았는지 선녀(仙女)가 엄청 많은 것 같다. 이 선녀(仙女)들은 지구(地球)상에서도 특히 대한민국의 산천(山川)계곡(溪谷)의 맑은 물을 좋아 하는지 남모르게 살짝 내려 와서 목욕을 하곤 천상(天上)의 세계로 올라가곤 하는 것 같다. 자식을 얻기 위해서는 나무꾼 같은 남자를 만나서 두 명의 자식이 생기면 하늘나라(天上)로 올라간다.

졸지에 선녀(仙女)인 아내와 자식을 잃은 대한민국의 남자들은 외로움과 비탄에 젖어 시간만 나면 산을 찾아 선녀(仙女)탕에서 돌아오지 않는 선녀(仙女)와 자식(子息)생각을 하며 행복했던 순간들의 추억들을 되새기고 있다.

그런 연유로 선녀(仙女)를 만나러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으로 간다.

 

어제부터 날씨는 무더운데 해는 나지 않고 마치 안개 낀 것 같이 뿌연 상태의 칙칙한 날씨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무리 무더운 날씨지만 설악산의 선녀(仙女)를 만나러 가는 기대감에 반디회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반긴다.

버스의 TV에는 지난 주 월드컵 8강 경기인 네델란드(승)와 코스타리카의 축구경기로 결방되었던 ‘영상앨범 산’의 ‘열정의 대륙 남미를 가다’ 2, 3편을 연속으로 이른 시간부터 방영하고 있다.

남미의 황량한 산악전경과 설산의 풍경(에코아도르 코토팍시 산 5,879m)이 청량감을 주고 있다.

한국은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남미는 겨울이라 두툼하게 입은 산악인들의 의상에서 한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의 버스는 외곽순환도로를 지나 춘천~양양 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한강다리를 지날 때 북한강변의 짙은 녹음과 안개 낀 뿌연 광경은 이른 아침에 물안개 피어나는 남미의 아마존강변의 광경을 연상하게 한다.

버스는 고속도로를 벗어나 화양강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다시 계속 달린다. 장마철이지만 최근 보기 드물게 비가 오지 않아 인제 방향의 소양강은 강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다고 알려진 인제에 들어서니 모험 레포츠의 천국 인제라는 아치형 간판이 반긴다. 차는 계속 달려 어느덧 진부령과 한계령의 갈림길에 다다르니 커다란 산 밑에 아름답게 지어진 집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풍기며 맞이한다.

한계령으로 오르는 길 양 옆에는 설악산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기암괴석들이 눈길을 잡아당긴다. 주변 산들은 녹음과 기암괴석으로 아름답지만 개울에는 물이 없고 둥그런 돌들만 하얗게 자신들의 치부를 보여주고 있다.

어느덧 산행들머리인 장수대 입구에 도착한다.(09시40분경)

오늘의 산행 코스는

장수대 입구 → 대승폭포 0.9km/0;50분 → 대승령 1.8km/1;10분 → 복숭아탕, 용탕 4.4km/2;00 → 응봉폭포, 남교리 4.2km/2;20분으로 산행시간 약 11.3km/6;00분 소요예정이다.

 

벌써 많은 산행객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입구부터 한 줄로 천천히 대승폭포 방향으로 오른다. 가을철에는 대한민국 어느 산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설악산은 인산인해로 산의 단풍인지 산행인 들의 의상색깔인지 구분이 안 간다.

오늘은 한 여름의 무더운 날씨 탓에 그리 복잡하지 않다. 첫 입구만 약간 산행객들이 붐빈 것 같이 느껴졌으나 산이 갑자기 고도를 높이니 산행인 들은 자신의 몸에 맞게 오르다보니 붐비지 않게 오른다.

산이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거친 숨소리가 주변에서 더 많이 들린다.

오르면서 주변경관을 보면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이 눈앞에 다가선다.

오르면서 수시로 정경들을 마음과 카메라에 담는다. 오르다보니 지척에서 대승폭포와 눈높이를 맞춘다. 죽어서도 자식 걱정하는 한국의 어머니들의 마음이 듬뿍 담긴 대승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 설악산의 대승폭포는 한국의 3대 폭포로 알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발 740m에 폭포 높이가 88m인 대승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조선의 명필가 양사언이 대승폭포 전경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예서체의 암각화로 ‘구천은하(九天銀河)’즉, 하늘 끝에 걸린 은하수 같이 떨어지면서 쏟아지는 물보라가 하얀 은하수의 포말가도 같다고 하였는데, 아쉽게도 가뭄으로 그런 장쾌하고 멋진 광경을 볼 수 없어 마음속으로나마 옛 선인들이 즐겼던 그때의 모습을 연상하고 대승이 어머니가 대승아! 대승아! 부르는 것 같은 폭포소리를 듣지 못하지만 이 가뭄이 끝나고 다시 많은 양의 폭포수가 쏟아질 때 다시 찾아와 듣기로 하며 단지 대승폭포와 멀리서나마 아쉬운 작별을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떼면서 대승령을 향하여 오른다.

 

 

조금 오르니 곱고 굵게 자란 붉은 소나무들이 반긴다. 바위틈 사이로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곳에는 산행객들이 잠시 쉬면서 흘러내리는 땀을 식히며 서로 물을 뿌리며 장난을 하며 즐기고 있다. 그 맑은 물을 한 컵 들이 키니 순식간에 시원함을 느낀다. 대승폭포에서 대승령 사이는 완만한 경사에 흙산으로 수시로 안개가 많이 끼어 수량이 풍부하며 바람을 막아주어 소나무, 참나무 등, 나무들이 서식하기에 최적으로 보인다. 대승령(1,260m)에 올라 주변경관을 감상한다.

회원님들이 제공한 시원한 수박 맛은 갈증을 느끼던 몸에서 최고의 감로수였고 거기다가 엿까지 곁들이 이 순간의 행복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주변에는 많은 산행객들이 시장기를 느끼는지 삼삼오오 무리지어 식사를 한다.

사람에게 최고의 행복감은 식욕인 먹는 것인 것 같다.

먹는 순간만은 다들 즐거운지 주변이 떠들썩하다. 대승령을 뒤로 하고 안산(1,430m)을 바라보면서 위로 오른다.

 

 

일부회원들은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하며 자리를 편다. 함께한 회원들은 안산으로 향하는 곳까지 가기로 하고 위로 오른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상쾌하다. 그래 산을 오르는 맛은 이런 것이 아닌가!

법정스님의 산이란 시를 생각한다.

 

산(山)

산을 그저 건성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산은 그저 산 일 뿐이다. 그러나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진정으로 바라보면 우리자신도 문득 산이 된다.

내가 정신없이 분주하게 살 때에는

저만치서 산이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윽하고

한가할 때는 내가 산을 바라본다. (법정)

 

등산로 옆으로 누군가가 마치 농사짓기 위해 개간해 놓은 것 같이 땅을 파 헤쳐 놓은 곳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 서식하는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들쑤셔 놓은 것이라고 한다. 얼마쯤 오르는데 갑자기 웬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사고가 났나? 그 순간 함께한 회원의 무전기를 통하여 우리 반디회원의 산악대장께서 벌에 쏘여 호흡이 곤란하여 헬리곱터 구조를 요청했다고 하며 후미대장께서 그곳으로 가고 있다고 한다. 식사하기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점심을 즐긴다. 식후의 시원한 수박과 냉커피를 곁들이니 마치 야외에 소풍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설악산의 모든 등산로는 일반인들이 쉽게 찾아 산행을 즐길 수 있도록 등산로가 너무나 잘 정비되어 있다. 예전에 설악산을 다닐 때는 로프잡고 바위를 기어오르며 힘들게 산행했지만 지금은 마치 잘 정비된 산책로로서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게 다듬어 놓았다. 무전기로 후미대장이 헬리곱터는 떠나고 앞서간 회원들을 따라 산행하자니 거리 차이가 많이 나 심적으로 갈등을 느끼는 것 같다.

후미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니 힘들지만 올라오시라고 격려를 한다.

12선녀탕 계곡을 내려가면서 지척에서 우뚝 선 안산(1,430m)이 눈길을 끈다. 휴식년으로 장기간 입산통제 되고 있다. 12선녀탕 계곡은 설악산이 품고 있는 수많은 계곡 중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는데, 대승령(1,260m)과 안산(1,430m)에서 발원하여 인제군 남면 남교리 까지 이어진 약8km 길이의 자연경관 수려한 계곡이다.

조선조 정조때 성해응(成海應;1760~1839년)은 ‘동국명산기’에서 설악산의 여러 명산 중 12선녀탕을 첫손으로 꼽았는데, 12선녀탕은 12탕12폭이 있다하며, 밤에 12명의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탕 같은 탕은 8개 밖에 없다.

12선녀탕 계곡으로 들어서자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난다. 물소리와 짙은 녹음으로 울창한 계곡을 걷고 있노라니 이처럼 상쾌할 수가 없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무더위를 잊게 한다. 회원들과 담소하면서 천천히 자연의 맛을 느끼며 계곡 따라 내려간다. 아름다운 계곡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계곡 곳곳에는 지난 2006년도의 심한 폭우로 인한 산사태의 상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곳이 곳곳에 보인다. 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이 소중한 자연에게도 심한 상처를 입히는 것 같다.

누군가가 말한다. 이렇게 좋은 산천이 가까이에 있는데 왜들 즐길 줄 모르냐고...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회장도 건강을 잃으니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한다.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계속 내려간다. 물이 얼마나 맑으면 물속의 바닥을 멀리서도 볼 수 있다. 왜? 선녀들이 이 12선녀탕 계곡을 더 좋아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두문폭포 지나 아래로 내려가니 복숭아탕이 나온다. 폭포의 물 힘이 얼마나 강렬했으면 깊게 웅덩이를 만들었을까? 일명 히프탕이라 하는데 마치 선녀가 주저앉았다가 일어난 자리 같다고 하여 누군가가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선녀들이 천상의 세계에서 내려와 목욕했다는 선녀탕의 맑은 물이 유혹한다.

 

선녀탕에서 선녀와 함께 목욕하는 것도 인생지락(人生至樂)으로서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 선녀들의 유혹에 못 이겨 선녀탕의 맑은 물속으로 들어가니 옆에서 선녀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긴다. 물속에서 한참 선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물고기들이 말한다.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이제는 가봐야 되지 않게냐 한다.

아쉽지만 기약 없는 재회를 약속하며 선녀들과 작별의 인사를 하고 터덜터덜 걸음을 옮긴다. 남교리 쉼터에는 많은 산행인 들이 산행 후 각자들 즐거운 뒤풀이를 하고 있다. 우리 반디회원들은 이곳 고성군이 고향인 전현우 님이 속초에서 금방 가져온 물 회와 왕 문어로 즐거운 산행 후의 뒤풀이를 즐긴다.

혼자서 힘들게 하산한 후미대장은 뒤풀이에 합류하여 긴박했던 헬기구조의 상황을 설명한다. 헬기가 공중선회할 때 모든 사람들이 좋다고 손을 흔들어 응급환자의 위치 파악이 어려워, 순간의 기지를 발휘하여 연기를 피워 신속하게 응급환자를 구조했던 과정을 말한다. 헬리곱터로 인제병원에 긴급 후송되었던 산악대장은 벌침으로부터 회복되어 귀가 중에 있다고 한다.

 

오늘 설악산 대승폭포에서 12선녀탕 계곡 산행은 아름다운 산행이었으며 선녀들과의 즐거운 만남의 장소였으며, 선녀탕을 찾을 수밖에 없는 한국의 남자들과 그 가족들은 천상의 세계로 떠나간 선녀와 자식걱정을 하며 오늘도 내일도 계속 선녀탕을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