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산(頭陀山;1,353m)을 오르며 수행(修行) 하다
(2014.7.20.일. 분당; 흐림, 두타산; 맑으나 안개 낌)
두타산 하면 일반적으로 삼화사(三和寺)와 넓은 바위에 많은 암각화의 글씨가 새겨진 무릉계곡(武陵溪谷)과 임진왜란 때 격전지였던 두타산성(頭陀山城)과 3단으로 이우어진 용추폭포(龍湫瀑布)에서 쏟아 내리는 시원한 물줄기와 기암괴석(奇巖怪石)과 노송(老松)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에 와서는 바다를 찾는 피서객이 많아지면서 동해(東海)의 푸른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두타산(頭陀山)을 많이 찾고 있다.
오늘 여름철 산행지로 이름난 두타산(頭陀山)을 오르려 한다.
아침부터 바람 없이 후덥지근하게 덥다. 우리의 버스는 36번 국도를 지나 곤지암에서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여 달리다가 호법 인터체인지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이천 방향으로 접어드니 안개가 자욱하다.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한 후 계속 달린다.
산악대장이 지난주 설악산(대승폭포~12선녀탕계곡) 산행 중 벌에 쏘여 헬기로 긴급 후송된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꿀벌에 쏘였을 경우는 따끔하고 말지만 보통 말벌은 꿀벌의 벌침보다 70% 더 독이 강하고 장수말벌의 경우는 엄청나게 독성이 강하여 쏘였을 경우 5분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가렵고 두드러기 반응이 나며 입 주위가 마비 증상이 와서 제대로 말을 할 수 없고 걸을 때 마치 스펀지 위를 걷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그럴 경우 119로 전화하면 119측에서 알아서 판단하여 헬기 같은 응급장비를 보내준다고 한다. 각자 핸드폰에 119 앱을 깔아 놓으면 위급 시 전화하면 119측에서 응급환자의 위치를 바로 알 수 있다고 한다.
버스의 TV에서는 두타산과 무릉계곡, 동해의 촛대바위 등에 관해 ‘영상앨범 산’을 방영하고 있다. 두타산의 아름다운 비경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기 전 미리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어 산행하는데 즐거움을 배가 시켜 주는 것 같다.
이어폰을 통한 섹스폰의 아름다운 선율과 아침햇살을 받은 나뭇잎에 반사되는 각양각색의 짙푸른 녹음의 색깔들이 눈앞에 오버랩 되어 다가온다.
산행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여정(旅程)은 각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는 차창 옆으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고속철 공사현장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고, 대관령 주변의 고랭지 채소밭에는 양배추. 감자. 파. 당근 등 농작물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대관령을 넘어서니 안개 낀 산들이 발아래서 산수화(山水畵)를 그려내고 있다.
강릉시를 조금 벗어나니 차창 밖으로 곱게 자란 소나무 숲이 연 이어지고 있다.
오늘의 산행 뒤풀이를 위해 동해가 고향인 회원이 준비한 ‘가래비와 고동’을 인수받기 위해 남강릉IC에서 잠시 정차한 후 다시 버스는 두타산(頭陀山)을 향해 달린다. 옥계에 접어드니 바닷가에 커다란 시멘트공장과 포스코 공장이 눈에 들어오고 옥계 항구 밖에는 커다란 화물선들이 정박해 있다. 또한 항구 옆으로 펼쳐지는 하얀 백사장과 동해의 푸른 물결이 파도 칠 때 마다 하얀 포말을 만들며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오늘같이 무더운 날씨에는 산행보다 바다가 더 적격인데...
이곳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고속도로, 철도, 일반국도, 해로, 항공로 등 5개의 교통망이 있는 곳이다. 어느덧 우리의 버스는 동해시의 무릉계곡과 삼화사로 가는 이정표를 지나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삼척시 미로면 내미로리의 천은사(天恩寺)가 있는 계곡으로 접어든다. 천은사로 향하는 계곡의 입구는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온통 개울은 거의 바짝 말라가고 있는 상태이며, 계곡에 있는 작은 밭떼기에는 깨. 콩. 옥수수. 고추. 귀리 등 메마르고 척박한 토질에 잘 자라는 농작물은 비가 오지 않아 말라비틀어질 지경인데 할머니 한 분이 콩밭을 메고 있다. 콩밭 메는 할머니를 보는 순간 ‘칠갑산’ 노랫가락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간다. 괜히 콧등이 시린 것 같다.
우리의 버스는 출발한 지 3시간 50여분 만에 천은사(天恩寺)에 도착한다.
시원한 버스에 있다가 내리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코끝에 와 닿는다. 반디회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타산 정상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천은사 → 쉰움산 2.1km/1;00분 → 갈림길(A.B) 2.0km/1;10분 → 두타산 1.0km/0;30분 → 박달령 2.3km/1;00분 → 쌍폭, 용추폭포 2.8km/1;20분 → 삼화사→ 매표소 2.8km/1;00분으로 산행시간 약 13.0km/6;00분 소요예정이다.
(B; 갈림길→ 산성터→ 매표소 4.5km, 단축2시간)
산행들머리인 천은사(天恩寺)는 신라 경덕왕 17년인 758년 두타삼선(頭陀三仙)이 창건한 유서 깊은 천년 사찰로서 이승휴(李承休)가 ‘제왕운기(帝王韻紀)’를 저술하여 그 유명세가 더해졌으며, 또한 조선 태조 이성계가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실묘(失墓)되었던 5대조인 이양무 장군의 묘인 준경묘와 그의 부인인 영경묘가 풍수적으로 최고의 명당자리로서 발복되었기 때문이다. 이묘들은 1899년 고종 광무3년에 찾으면서 천은사를 왕의 묘를 지키는 원찰로서 많은 혜택을 받아 창건이후 백련대, 간장사, 흑악사로 불리던 것을 천은사(天恩寺)로 불리게 되었다. 천은사는 아담하고 소박한 사찰이나 자연의 이치가 남달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은사를 뒤로하고 위로 오른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의 날씨는 기온이 30도 이상이고 습도가 80%이상으로 바람한 점 없고 불쾌지수가 상당히 높은 무척 무더운 날씨다. 두타산은 해발 1,353m나 되는 산으로서 무릉계곡에서 오를 경우는 해발 150m에서 시작하게 되고 이곳 천은사의 경우는 약 300m에서 시작해서 1,353m까지 오르려면 거의 1,000m를 바로 올라 가야한다.
산은 고도를 갑작스럽게 높인다. 산이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산을 오르는 산행인 들의 숨소리는 거칠게 들리고 힘들어 하는 기색들이 역역하다.
한참을 오르니 바다의 광폭자 ‘죠스’같은 형상의 바위와 그 옆에 새끼 죠스가 누워 있는 것 같다. 그 광경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다시 위로 오른다. 쉰움산 못 미친 곳에 샘물이 솟고 있다. 이 샘물은 더위에 지친 산행인 들에게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한 잔을 들이키니 갈증이 해소된다. 늦게 시작한 산행인지라 벌써 몸에서는 에너지가 떨어져 간다고 신호한다. 때마침 매 산행시마다 엿을 준비하여 반디회원들에게 항상 에너지를 제공하여 주신 박 고문님께서 엿 먹고 가자고 한다. 듣던 중 반가운 말씀... 엿 먹고 원기 충천시켜 쉰움산에 올라 오십정(五十井)이란 표지석과 만남의 정을 나눈다.
쉰움산에서 쉰은 50을 말하고 움은 우물이란 말로서, 50개의 우물이 있다는 뜻이다. 오십정은 오십정산(五十井山)의 준말이며, 쉰움산이라고 한다.
넓은 반석에 크고 작은 구멍이 수 백 개가 뚫려 있는데 그 중에서 구멍이 큰 것이 50여개가 되나. 그 구멍에서는 샘이 솟아나지는 않으나, 비가 온 뒤에는 빗물이 고여 마치 우물과 같이 보인다. 쉬움산 옆에는 뾰족한 돌을 세워놓고 납작한 돌로 만든 제단(祭壇)이 상당히 많은데, 이곳에서 산신제(山神祭)를 지낸 것으로 보이며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고 한다.
쉰움산 밑은 천애의 낭떠러지며, 멀리 기암괴석의 봉우리들이 눈길을 끈다. 바람한 점 없고 습하고 무덥다보니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썬크림을 바른 회원들의 얼굴은 땀으로 썬크림이 지워지면서 희끗희끗 얼룩져 있다.
온 몸은 비에 흠뻑 젖은 양 물이 뚝뚝 떨어진다. 수없이 산행을 하였지만 이처럼 땀으로 온 몸이 젖었던 적은 드물다. 815차의 산행을 하면서도 이처럼 덥고 힘든 산행은 그리 만치 않았다고 한다. 산행을 할 때 같은 산이라 하더라도 그날 그 당시의 기후 변화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다들 처음은 A코스로 두타산 정상을 지나 박달령으로 내려가려고 하였으나 무더운 날씨 탓에 B코스인 갈림길에서 두타산성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대부분 선택한다. 많은 회원들은 쉰움산에서 점심을 해결하려 하지만 A코스를 가기 위해 다시 위로 오른다. 너덜바위들과 잠시 함께하면서 사진으로 담는다. 헬기장을 조금 지나니 앞서간 회원들이 한창 점심식사 중이다. 합류하여 점심을 먹는데 땀이 뚝뚝 떨어진다. 땀으로 밥과 반찬을 함께 섞어 먹는다. 회원들의 얼굴에서는 모두들 땀이 흐르고 있다. 한 발짝 한 발짝 위로 오른다.
두타산(頭陀山)의 두타(頭陀)는 ‘속세(俗世)의 번뇌(煩惱)를 끊고 청정하게 불도(佛
道)를 닦는 수행(修行) 또는 그런 수행(修行)을 하는 사람’ 이라고 말 하듯이, 두타산(頭陀山)을 오르는 자체가 마치 불가(佛家)에서 수행(修行)하는 것처럼 힘들고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위로 오를수록 산은 고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땀과의 전쟁이다. 남. 여 구분 없이 모두들 땀에 젖어 마치 옷에다 실례를 한 것 같이 다들 젖어 있다. 갈림길에서 두타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천은사 계곡 방향에서 밀려오는 짙은 안개가 등산로를 깃 점으로 밀고 당기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릉계곡 방향은 밝고 선명하게 보이지 않지만 희미하게나마 산의 비경(秘境)을 감상할 수 있다. 두타산 정상에 다다르니 참나무 숲 여기저기서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점심을 즐기고 있다. 두타산(頭陀山) 정상(頂上)에 올라 정상(頂上)석과 만남의 증표(證票)를 남기고 잠시 추억에 잠긴다.
오래전 이 두타산과 청옥산을 수없이 찾았던 때를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그리 변한 건 없는데 우리 인간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변화를 한 것 같다. 그 옛날 함께 두타산에 올라 즐거워했던 동료들은 지금은 다들 어디로 가서 무얼 하는지 나 혼자 두타산에 올라 그때를 회상하면서 김장호의 두타산이란 시를 생각한다.
두타산(頭陀山)
주는 자는 안다
저에게 있는 것이 무엇이며
없는 것이 무엇인가를
인간을 떠나는 자는 안다
인간이 가진 것이 무엇이며
안 가진 것이 무엇인가를
두타산(頭陀山)에 오르면
내게 줄 것도 깨칠 것도
없다는 깨침
그것은 삼화사(三和寺) 뒤 무릉계(武陵溪)에 앉아서는 모른다
미로천(未老川) 천은사(天恩寺) 터전에서
쳐다보기만 해서 모른다.
땀 흘리면서 인두겁을 벗으며
용추폭을 거슬러 신령스런 나비의 주검도 보고
문간재를 기어올라 망군대, 청옥산
박달령을 건너질러 두타산 정수리에
머리카락을 날려 본 자의 눈에만 보인다
발아래 굽이굽이 푸샛 것들을 보듬고
정선골 누비며 아리아리 아라리
젖줄을 물려주는
주는 자의 기쁨
깨친 자들의 비어 있음
두타산 정상과 만나자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박달령을 향해 내려간다. 참나무 숲을 헤집고 청옥(靑玉)산 방향으로 걷는다.
두타산 정상까지는 많은 산행인 들이 보이나 청옥산으로 향하는 길은 인적이 드물고 호젓하다. 박달령에서 계곡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급경사다. 자갈돌이 날카롭게 비죽비죽 나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파른 급경사를 내려가기는 힘들고 어렵다. 거의 1.3km 내려가니 계곡의 물소리가 유혹한다. 계곡에 발 담그고 있으려니 움직이기 싫다. 물속으로 첨벙하고 빠져들고 싶지만 많은 산행인 들이 찾
는 곳이다 보니 그럴 수는 없어서 발만 담그고 있으려니 피로에 지친 산행인 들이 하나 둘씩 계곡의 웅덩이에 모여든다. 많고 많은 물웅덩이가 있는데 하필이면~~~
시간은 벌써 4시가 넘어선다. 용추폭포, 쌍폭포 방향으로 서둘러 내려간다.
계곡의 맞은편은 고개 젖히고 한참을 쳐다보아야 다 볼 수 있는 커다란 바위산이 떡 버티고 서 있다. 완전히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니 용추폭포, 쌍폭포란 푯말 따라 위로 오르니 쌍폭포가 먼저 반긴다. 그렇지만 용추(龍湫)폭포(瀑布)에 먼저 가서 폭포의 물 떨어지는 소리를 감상한다.
용추(龍湫)폭포는 청옥산에서 발원한 물이 흘러 3단의 폭포를 만드는데, 상. 중단의 폭포는 항아리 모양으로 되어 있고, 하단 폭포는 둘레가 30m나 되는 검은 웅덩이를 이루는데 , 옛날에는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고 한다.
하단폭포의 암벽에는 ‘별유천지(別有天地)’라는 글귀는 선경(仙境)과 같은 무릉계(武陵溪)의 뛰어난 경치를 표현하고 있다.
쌍폭포의 물 떨어지는 광경은 하얀 포말을 뿌리고 내리고 있는 것 같이 멋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폭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지다 보니 시간은 너무나 빨리 흘러간다. 벌써 5시가 다 되어간다. 서둘러 내려간다.
무릉계곡이 물가에는 물놀이를 즐기는 피서객들이 눈에 띈다.
젊은이들은 마냥 즐거운지 웃음소리가 멀리 까지 들려온다.
어느덧 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를 지나 삼화사에 다다른다.
삼화사는 한창 공사 중이라 주마간산격으로 보고 무릉반석(武陵盤石)을 굽어본다.
무릉반석(武陵盤石)은 5천 평방미터나 되는 넓은 반석이 펼쳐져 있어 자연의 오묘한 맛을 느끼게 한다. 옛 시인 묵객들은 자신들이 이곳에 왔다간 흔적(痕迹)을 바위에 새겨 놓은 여러 종류의 글귀가 있다. 이들 중 백미(白眉)는 무릉선원(武陵仙源)
중대천석(中臺泉石) 두타동천(頭陀東天)이란 글자로 도교, 유교, 불교 사상이 함께 어우러져 이상향을 꿈꿨던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엿 볼 수 있다.
지금은 7~8월경 많은 피서객들이 넓은 바위에 누워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고 있다. 무릉계곡의 무릉반석을 뒤로 하고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늘 함께한 반디회원들은 한창 뒤풀이에 열중하고 있다.
무릉계곡의 맑은 물에 온몸을 담그니 하루 종일 땀에 찌들었던 육체는 기분 좋은 듯 하는 것 같다. 가래비와 고동과 한 잔의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니 힘들었던 산행은 먼 추억으로 사라져간다. 뒤풀이를 위해 가래비와 고동을 제공해 준 김민철 회원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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